[오늘과 내일/서영아]평생고용 일본에서 ‘40세 정년론’ 나온 이유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입력 2021-04-28 03:00수정 2021-04-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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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어울리는 일하는 방식이란
재교육과 고용 유동화로 모든 세대 활약해야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12년 7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에게 제출된 보고서 하나가 파문을 불렀다. 제목은 ‘40세 정년제’. 초고령사회 일본이 2050년까지 사회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리직속 국가전략 프로젝트 팀이 제안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 만 3년 된 시기였다. ‘40세 정년제’가 해고 자유화나 비정규 고용 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일본은 평생고용을 미덕으로 여겨온 대표적 나라 아니던가. 심지어 일손 부족과 연금 수급연령 상향 탓에 65세까지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를 이듬해부터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40세 정년제는 40세에 은퇴하자는 제도는 아니다. 40세에 일단 일을 정리하고 재교육을 거쳐 본래 회사에서 계속 일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자는 얘기다. 제안자인 야나가와 노리유키(柳川範之)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60세 정년제는 기업 내에 인재가 고정돼 경쟁력이 떨어진다. 관리직 승진이 늘어나는 40세 정도에 한 번 정년을 하는 유연한 고용원칙을 도입하면 기업도 개인도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 그 대신 기업은 정년 직원에게 1, 2년간 소득을 보전해 주거나 재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또 누구나 70세가 넘어도 적성과 건강상태에 따라 활약할 자리가 부여된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 맞는 일자리 정책 구상인 셈이다.

노다 정권은 그해 말 중의원 선거에서 패해 아베 신조 자민당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줬지만, 아베 정권도 100세 시대에 맞는 고용대책을 찾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산 연령 인구가 대폭 줄고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아베 정권이 들고나온 것이 ‘1억 총활약 추진본부’와 ‘일하는 방식 개혁’이다. 사회 전반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회사학 전문가 구스노키 아라타(楠木新)는 아사히신문에 ‘마음의 정년’이란 연재를 시작했다. 직장인은 40세 정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회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것이 그의 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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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40세는 입사 뒤 정신없이 일하다가 업무의 의미와 자신의 성장가능성에 불안을 느끼는 일종의 ‘꺾어지는’ 시기다. 동시에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도 늦지 않은 나이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그 직원이 관리직으로 중용할 대상인가, 혹은 적당히 써먹다가 버릴 대상인가 판단이 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은 2017년 일본 정부가 만든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 위원으로 초빙된 린다 그래튼 런던경영대 교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평생 여러 번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내다봤다. 대략 60년에 이르는 노동 수명을 한 가지 직업으로 관철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것. 인생은 과거와 같은 교육 취업 은퇴의 3단계가 아니라 더 긴 탐색기와 중간 휴식기를 가지며 직업을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하는 방식 유연화는 이후 일본 정부 정책과 기업 현장에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부업과 겸업을 허용했다. 올 4월부터는 70세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제도가 시작됐고,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40대면 직장에서 좌불안석이 되는 한국 현실에는 호사스러운 얘기일까. 다만 인생을 회사에 바치며 넋 놓고 지내다가 돌이킬 수 없는 연령이 된 뒤 경악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적절한 시기 ‘마음의 정년’을 생각한다면 이런 충격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sy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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