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규 분양만 대출 규제 완화, 기존 주택은 왜 차별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1-04-06 00:00수정 2021-04-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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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해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규 분양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10∼20%포인트 높여 담보 대출로 마련할 자금을 늘려주는 방안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제해 왔다. 그 결과 많은 서민이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지나친 수요 억제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완화 대상을 신규 분양으로 제한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져 자칫 생색만 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현재 LTV는 투기과열지구 40%, 조정대상지역 50%로 제한돼 있다. 집값의 40∼50%만 대출을 해준다는 뜻이다. 정부는 LTV 규제를 완화해 아파트 중도금 정도는 대출로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중도금은 아파트 분양가의 60%이므로 LTV도 그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규 분양만 규제를 완화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정보업계는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이 지난해 28만여 채와 비슷하거나 더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도시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공급을 제외하면 일반에 분양할 물량이 훨씬 줄어든다. 올해 서울에서 일반 수요자에게 분양할 아파트는 1만 채를 밑돈다고 한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 원을 넘었고, 서울에서는 10억 원에 육박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대출을 받지 않고는 내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 수요자들이 살고 싶은 곳은 규제로 묶어놓고 언제 공급될지도 모르는 신규 분양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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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존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풀면 최근 주춤한 집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근본적 집값 안정은 공급을 늘려 해결할 사안이다. 실수요자 대출 규제는 내 집 마련 사다리를 없애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정부는 무주택자만이라도 일반 주택까지 규제를 풀어주고, 아직 소득이 적은 청년들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다른 대출 규제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신규 분양#대출 규제#기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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