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원]ESG는 한때 부는 바람일까? 기업존립 판가름할 생존이슈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입력 2021-04-01 03:00수정 2021-04-0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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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그동안 기업에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임원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핵심 어젠다로 떠오른 ESG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쟁 기업들이 온통 ESG를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뭔가 큰 변화인 듯한데 잠시 움츠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ESG 경영이 국내 기업들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ESG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재무적 성과와 함께 주요 경영 지표로 삼는다. 성장과 개발에 가려져 있던 환경오염 문제, 건강과 안전 등 사회 문제,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독점과 부패 등 각종 문제 해결에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ESG 경영 선포에 나서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업 총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신설하거나 기존 사회공헌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ESG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에는 각 기업 실무 담당자들로 넘쳐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대유행이 돼버린 ESG 열풍에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회적 가치 창출(CSV), 기업시민, 필랜스러피 등 무수한 ‘소셜 어젠다’들이 등장했다 사라진 것처럼 ESG 역시 또 다른 변주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단이다. 이 같은 냉소적 전망은 적당한 홍보와 보여주기식 마케팅이라는 임기응변식 대처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실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보고서를 포장해 점수만 따면 된다는 이른바 ‘그린워싱’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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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경영 전문가들은 ESG가 기업들로 하여금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 파장과 지속성이 이전과 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윤을 내고 고용을 늘리는 것만이 기업 책임의 전부라 여기던 시대가 끝나고, 시장 우선주의가 초래한 각종 사회문제에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거대한 변환’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과거 소셜 어젠다 담론들이 사회적 압력과 기업의 체면 때문에 마지못해 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였다면 ESG는 기업의 존립을 판가름하는 생존의 이슈가 된 셈이다.

ESG 담론을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이 주도하는 것도 이채롭다. 이미 글로벌 ESG 관련 투자 자산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5배에 이르는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유럽과 북미를 거쳐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기금 운용 원칙에 지속 가능성을 추가하고 기업 평가를 준비 중이다. 자본시장에서도 ESG를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명분 투자가 아니라 일종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ESG는 더 이상 불확실한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이니셔티브이자 메가트렌드이다. ESG가 혁신의 돌파구라는 빠른 인식 전환만이 바뀐 문법에서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
#esg#기업#생존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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