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이러다 내년 대선도 ‘마스크 투표’ 할 판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4-01 03:00수정 2021-04-01 03:1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통령의 ‘백신 바꿔치기’ 소문
허위·조작정보로 엄벌할 일인가
백신 확보 못한 무능한 정부
국민 생명권 위협해 정권 지킬 텐가
김순덕 대기자
대통령이 ‘주사기 바꿔치기’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주장은 참 황당하다. 의혹이나 논란 축에도 낄 수 없는 웃기는 소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고 홍보하고는 다른 백신을 접종했다는 건데, 일국의 대통령이 그럴 리가 없다.

그럼에도 간호사한테 폭언을 퍼붓거나 보건소에 협박 전화가 쏟아져 경찰이 내사에 나섰다고 한다. 당연히 폭력은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제 정세균 총리까지 철저한 규명과 엄정한 조치를 수사당국에 요구한 건 좀스럽고 민망하다.

총리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허위·조작정보’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왜 그런 소리가 나도는지 민심을 살펴야 한다. 일부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온 건 간호사가 백신을 바꿔쳤다고 진짜 믿어서도 아니고, 아스트라제네카를 불신해서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백신 확보를 제때 안 하고 못 한 탓에 우리는, 우리 부모는 언제 백신을 맞게 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접종 한 달이 넘었는데 접종률은 겨우 1.6%, 세계 110위권 밖이다. 우리보다 가난한 부탄이나 캄보디아에도 뒤졌다는 국민적 분노와 실망이 엉뚱한 데로 번진 것이다.

주요기사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에 대한 불안을 덜기 위해 생중계로 접종한 뒤 “나의 최우선 순위는 가능한 한 빨리 국민들 팔에 백신을 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취임 100일 안에 1억 회’라는 접종 목표도 58일 만에 달성하고 2억 회로 올려 잡았다. 그게 대통령다운 모습이고 리더십이다.

문 대통령은 접종 전날 “다른 나라에 비해 초기 접종 속도도 빠른 편”이라고 참 못 믿을 발언을 했다. 그러고는 영국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김정숙 여사와 백신을 앞당겨 맞으면서 “주사를 잘 놓는다” “다 있는 데서 옷을 막 벗는다”며 새새거리는 모습에서 존경심은 우러나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 TV토론회에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스라엘 총리는 집단면역 비결을 한국에서 배웠다”고 1년 전 기사를 잘못 말해 시청자를 웃겼다. 코로나19 초기, 정부가 K방역을 잘한 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 방역 지침만 잘 지키면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고 우리는 마스크를 단단히 쓴 채 정부 시책에 잘 따른 착한 국민이었다. 덕분에 집권당은 180석을 차지했지만, 거기까지다.

문 정권은 K방역으로 재미 본 나머지 코로나 정치에 골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우한폐렴’을 거칠게 종식시킨 뒤 홍콩 민주화시위를 진압하고 공격적 늑대외교로 세계를 위협하듯, 독재자는 팬데믹도 권력 확대 기회로 이용한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한다. 대통령이 선거 전에 돈을 뿌리는 매표 행위를 하고, 반대 세력의 집회를 막고, 가짜뉴스와 종이신문의 바이러스를 잡겠다며 언론을 탄압하는 게 바로 독재정권들의 수법이다.

국가와 정부도 위기 때 본성이 극대화되는 법이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마오쩌둥을 능가하는 전체주의 패권국가로 뛰고 있다면,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신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미국은 인권과 자유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추세다.

문 정권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대통령은 작년 8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우리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끔찍한 죽임을 당했을 때도 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었다. 코로나 백신 확보는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대통령이 셀트리온 같은 업체를 찾아 치료제 개발을 격려하면서 작년 11월까지 백신 선(先)구매를 독려하지 않은 행위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 말 “(정부 여당이) 코로나 백신이나 재난지원금 스케줄을 내년 재·보선에 맞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코로나를 일찍 종식시키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소문이 나돈다. 내년 대선까지 광화문광장 공사를 하면서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해야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다.

아무리 모든 정치의 원동력이 통치자의 사적 이해관계라 해도 이것만은 아니었으면 한다. 북한에 갖다 바쳐도 좋으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백신 확보에 죽을힘을 다해주기 바란다. 다행히 오늘은 만우절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대선#정부#주사기 바꿔치기#대통령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