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샤오펀훙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3-27 03:00수정 2021-03-2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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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와 퍼지고 있는 15초짜리 영상에서는 미국 나이키 운동화들이 불타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소셜미디어에 나이키 등을 ‘블랙리스트’로 선정해 올린 게 불씨였다. 여기서 블랙리스트는 중국 신장의 강제노동에 반대해 신장산(産) 면화를 쓰지 않는 외국 기업이다. 그러자 중국의 샤오펀훙(小粉紅)이 봉기했다. 이들이 주도한 불매 운동은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샤오펀훙은 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는 공격적 성향의 중국 청년 인터넷 부대다. ‘작은 분홍색’이란 뜻으로, 2003년 극단적 애국주의에 심취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가 분홍색이었던 것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20, 30대 고학력 남성이 주축으로, 아이돌을 숭배하듯 국가를 사랑해 ‘팬덤 민족주의자’로도 불린다.

▷머릿속에 물을 붓듯 세뇌시키는 관수법(灌水法)이라는 게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원리로 중국 관수이론의 창시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초대 국가주석이다. 중화민족이 세계 중심에 선다는 중국몽(夢)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 관수법을 계승해 샤오펀훙을 교육시켰다. 문자, 언어, 이미지 관수가 다 사용됐다(김인희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21세기 시진핑 키즈’인 샤오펀훙에게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너희를 믿는다”며 독려하는 중국 정부다.

▷샤오펀훙의 주된 전술은 해외 웹사이트 공격이다. 출정을 위한 의식과 규율, 해외 방화벽 뚫는 법 등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애국주의라는 사상적 무기와 이모티콘이라는 공격 무기를 겸비하고 인터넷 게시판을 의미 없는 내용으로 도배해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대 공격 대상이 한국이다. 첫 해외 출정이었던 동방신기 홈페이지 공격을 시작으로 최근엔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들에 대해서 비난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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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BS는 노골적으로 중국풍 소품을 사용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방영 2회 만에 폐지했다. 폐지 전, 샤오펀훙은 “당시 한국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물 만난 고기처럼 장면들을 인터넷에 퍼 날랐다. 중국은 20년 전부터 한국 고대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최근엔 한복도, 김치도 자기네 문화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요즘 부쩍 공산당 역사학습을 강조한다. 내부 결속의 의도겠지만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샤오펀훙의 타국 증오를 중국 당국은 방관하고 있다. 샤오펀훙에서 세계 평화를 위협할 ‘미래의 홍위병’이 연상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웨이보#샤오펀훙#봉기#애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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