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농단’ 선고… 法院 행정권 남용 檢 무리한 기소 반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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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가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가운데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통진당 인사들과 관련한 소송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법원행정처의 뜻을 일선 재판부에 전달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이 전 상임위원이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동원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법관의 본분을 한참 벗어난 행태다.

특히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는 판사의 재판에 사법부 수뇌부가 개입했다는 것이 재판에서 인정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법치주의에서는 실체적 진실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절차적 정의가 무너지면 재판의 공정성에 치명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법부는 직시해야 한다. 헌재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도 대법원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반면 통진당 의원들의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통진당 지방의원 관련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기소된 14명 가운데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람이 8명으로 늘었고, 이 중 3명은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최정예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했음에도 무죄 판결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소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검찰이 ‘사법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에 매몰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소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사법농단#선고#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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