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동맹 간 이견 조율 실패, 北·中 오판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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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18일 ‘2+2(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중국 북한에 대한 이견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중국’ ‘비핵화’ 같은 동북아 현안의 핵심 단어들이 빠진 채 동맹으로서 원론적이고 의례적인 상호 공약들만 담았다. 공동기자회견은 달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강압적 중국’과 ‘압제적 북한’을 거침없이 비난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북-미 협상 재개를 주문했다.

이런 ‘말 따로, 글 따로’ 회담 결과는 일단 서로 처지와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양해하고 앞으로 맞춰 가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한미가 앞으로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켜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넘기기엔 양측 견해차가 크다. 더욱이 그걸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한 것을 보면, 성명엔 ‘좋은 게 좋다’고 쓰되 각자 주장은 따로 하자고 합의라도 한 것처럼 비친다.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은 아시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정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견제 노선에 맞선 중국의 정면대응도 만만치 않다. 양측은 어제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첫 만남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미중 대결은 이제 정면충돌 코스로 들어서며 격렬한 패권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중 대결은 으레 북-중 밀착을 낳았고 이는 북핵 해결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북한은 벌써 그런 대결 분위기에 편승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내몰았던 4년 전의 전략 도발 사이클을 재가동할 태세다. 대남 협박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도발 움직임까지 노출하고 있다. 미국과 대결하는 중국이 그런 북한의 도발을 억누르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당장의 남북관계, 한중관계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꾀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차원의 공동 대응은 절실하다. 따라서 조만간 나올 대북정책은 약속대로 ‘완전히 조율된 전략’이어야 한다. 또다시 ‘이견 없음’이라 쓰고 각자 딴소리하는 식이 된다면 곤란하다. 한미가 앞으로도 곳곳에서 엇박자를 드러낸다면 북한과 중국의 오판을 부추길 것이다. 나아가 진짜 위기가 닥쳤는데도 미국이 방관하면서 동맹은 ‘작동 불능’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도 전혀 상상 밖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있다.
#한국#미국#외교회담#국방장관회담#중국#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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