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틀어막는 中 정부, 만리방화벽이 만능 아니다[광화문에서/김기용]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1-02-16 03:00수정 2021-02-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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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는 위챗을 사용하지 않고선 일상생활이 힘들다. 한국의 카카오톡 격인 국민 메신저인데 회사 업무나 개인 약속 등 거의 모든 일상이 위챗을 통해 진행된다. 대화 기능뿐 아니라 각종 결제와 공과금 납부를 할 수 있고 개인 간 송금도 가능하다. 중국 최대 공유차량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연계돼 있어 차량을 이용하면 위챗을 통해 비용이 지불된다.

그런데 위챗으로 대화할 때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면 상대방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발신자가 내용을 작성해 보내더라도 메시지가 도중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일을 며칠 전에 또 경험했다. 지인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름이 포함된 메시지를 위챗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받지 못했다. 지인이 다른 내용은 그대로 두고 시 주석 이름만 빼고 다시 보냈더니 이번엔 메시지가 도착했다. 중국의 감시와 통제가 이 정도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불만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쌓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중국인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만리방화벽’이다. 중국 정부 당국은 국민들이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과 방화벽(Fire Wall)을 합쳐 이른바 ‘만리방화벽’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을 통해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모두 막고 있다. 세계인의 소통 창구인 소셜미디어로부터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클럽하우스’다.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셜미디어인데 세계인들이 여기에 모여 여러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이곳으로 몰려간 중국인들은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대만 독립,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미 가입한 사람으로부터 초대만 받으면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해외 계정이 별도로 필요하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려는 중국인이 얼마나 많았던지 해외 계정이 중국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한국 돈으로 약 7만 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말하고 싶은 자유’, ‘알 권리’ 등을 빼앗긴 불만이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깜짝 놀란 중국 정부는 다시 만리방화벽을 동원해 클럽하우스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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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만리방화벽이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중국인들을 모두 막을 수 있을까. 제2, 제3의 클럽하우스는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짓밟았던 국가의 말로는 비참했다. 큰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구멍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하는 수많은 중국인의 불만이 점점 쌓이게 되면 결국엔 만리방화벽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문재인 정부#언론자유#방화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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