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주 교육 받고 ‘학대전담’ 공무원… 제2의 정인이 막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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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제도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제다. 민간기관이 하던 현장 조사와 대응 업무를 공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전담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전담공무원을 동행 취재한 결과 전문성과 지원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경찰 병원 복지기관 등과 협업하며 초동조사와 상담업무를 주도해야 해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학대 업무를 맡아본 적도 없는 일반직 공무원들이 2주간 교육만 받고 현장에 배치된다고 한다. 학대 여부 판단이나 기본적인 서류 작성에도 애를 먹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인력도 부족해 지난해까지 전국의 118개 시군구에 290명만 배치된 상태다. 아동학대는 조사 대상이 부모와 교사 등 5, 6명이지만 매일 3, 4건의 사례 조사를 1, 2명이 감당하고 있다. 학대가 의심되는 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와 폭력전과 등 자료 열람 권한도 없다. 조사가 부실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큰데 권한이나 지원은 부족하다 보니 벌써부터 기피 업무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전담공무원을 66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증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성 있는 사람을 별도로 뽑아 이 업무를 지속적으로 전담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행정정보망을 통해 필요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 한다.

국내 아동학대 발견율(아동 1000명당 아동학대 건수)은 3.81%로 10% 안팎인 선진국들에 비하면 매우 낮다. 특히 코로나19로 유치원과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모르고 지나가는 학대 사례가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담공무원제 보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아동학대#학대전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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