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금 깨고 전세금까지 털어 넣는 ‘묻지 마 투자’ 위험수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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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그제 이틀간 한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7조5000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팔아치우는 주식을 개인들이 쓸어 담고 있다. 새해 들어 신규 주식계좌는 매일 10만 개씩 늘어났고,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20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주가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증시가 과열 상태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실물경제와 금융 간의 괴리를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비록 과열됐어도 주식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를 한다면 큰 탈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최근 주식시장의 양상이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쏟아내는 엄청난 물량을 받아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이 중에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남들은 주식으로 돈을 버는데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앞뒤 돌아보지 않고 투자를 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족’이 상당수다. 올 들어 시중은행 신용대출은 5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신규대출은 2배로 늘었는데, 이는 최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적금을 깨거나 전세금을 줄여서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증시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1일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미로 이날 코스피는 20차례나 급등락을 반복했다. 미국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도 증시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남들이 하니까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겠다는 식의 무모한 투자는 자제해야 할 때다.
#한국 증시#개인투자#전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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