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선거전이 1년 전부터 후끈한 까닭[글로벌 이슈/하정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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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취임 전인 2011년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석해 ‘상위 1% 부자가 모든 부를 독식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시진 출처 빌 더블라지오 트위터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취임 전인 2011년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석해 ‘상위 1% 부자가 모든 부를 독식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시진 출처 빌 더블라지오 트위터
하정민 국제부 차장
하정민 국제부 차장
올해 9월 맥스 로즈 미국 뉴욕주 하원의원이 같은 민주당 소속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역사상 최악의 시장’으로 규정한 15초짜리 광고를 선보였다.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외식업계는 고사하고 코로나19 피해 또한 커졌다며 역대 시장 109명 중 가장 무능하다고 혹평했다. 정치광고의 천국 미국에서조차 동료 당원을 이 정도로 세게 비판한 사례는 드물어 화제를 모았다.

2014년 1월 취임한 더블라지오 시장은 835만 시민을 보유한 미 최대 도시의 재선 수장임에도 내내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 방귀와 검은 땀 논란으로 이미지를 구겼지만 1994∼2001년 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는 악명 높은 뉴욕의 강력범죄를 척결했다. 후임자인 억만장자 3선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폐철로와 폐공장을 각각 새 랜드마크인 하이라인파크와 첼시마켓으로 바꾸는 친환경 재개발 등으로 찬사를 받았다. 블룸버그가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것도, 줄리아니가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군에 올랐던 것도 시장 재직 시 치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블라지오의 대표 정책은 ‘교육 평등’이다. 취임 첫해부터 영어와 수학 시험으로만 선발하던 스타이브슨트, 브루클린텍 등 시내 8개 특수공립고 입시를 중학교 성적과 출석 등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늘렸던 미국판 자율형사립고 차터스쿨에 대한 지원도 대부분 없앴다. 특수고와 차터스쿨의 백인 및 아시아계 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겉으로 인종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첫 선거 때 흑인(96%)과 라틴계(82%)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점을 의식해 이들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거셌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며 교육의 하향평준화만 야기할 뿐이란 지적 속에 입시 개편안을 철회했지만 그의 좌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그는 공립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고 사회 약자에게 교통권과 각종 지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취지는 좋았지만 재정난이 심각해졌다. 코로나19까지 덮친 올해 9월에는 주정부에 50억 달러의 구제금융까지 신청해야 했다. 시민단체 CAGW 또한 방만한 재정 운용 등을 질타하며 그를 역사상 최악 시장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시의 핵심 산업인 금융계의 탈(脫)뉴욕 기류다. 최근 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엘리엇, 얼라이언스 자산운용 등은 세금과 각종 비용이 싼 플로리다와 테네시 등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재무장관만 4명을 배출한 ‘월가 간판’ 골드만삭스 또한 핵심 부서인 자산운용 사업부의 플로리다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골드만이 뉴욕을 떠나면 세수, 일자리 등에 타격이 불가피한데도 금융허브 위상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역방송 NY1이 조사한 그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9%로 첫 선거(73%)와 두 번째 선거(67%)의 득표율보다 훨씬 낮다. 떨어진 인기를 반영하듯 내년 11월 시장 선거를 1년 앞두고도 벌써부터 30여 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현직 시장이 프리미엄을 누리기는커녕 최약체에 가깝다는 현실이 경쟁자의 잇따른 출마를 부추긴 것이다. 특히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주창해 큰 주목을 받은 대만계 기업가 앤드루 양은 정식 출마 선언을 안 했는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등록 유권자의 약 70%가 민주당원인 뉴욕에서는 실제 선거가 아닌 내년 6월 민주당 후보경선이 사실상의 본선으로 꼽힌다. 즉 당내 경선만 통과할 수 있으면 업무수행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도 시장으로 뽑힐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흑인 부인과 결혼한 더블라지오 시장 또한 결과적으로는 전체 유권자의 54%에 달하는 라틴계와 흑인 유권자의 몰표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아직 그가 3선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정파 이념과 인종 배경에 기인한 승리가 한두 번은 가능할지 모르나 결국 유권자 또한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해주는 후보를 좋아한다는 사실 말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뉴욕시장#선거전#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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