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북중러 견제 위해, 한미일 ‘안보-경제-민주’ 세갈래 협력 강화해야”《“윤석열 정부에서 더 많은 한일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북한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한 한국 미국 일본 3국 협력의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61)와 가와시마 신(川島眞·55) 일본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CC큐브에서 대담을 갖고 이렇게 제언했다. 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회동이 북한의 핵 도발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이어져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이겠지만 인도태평양 전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엔 비할 수 없다”며 “한미일이 안보, 경제, 민주주의 가치라는 3개 분야의 협력을 더 강화해 주변국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북-중-러를 제어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의 추가 개선이 필수라는 것이다.각각 중국, 대만에서 오래 생활한 가와시마 교수와 강 교수의 대담은 중국어로 진행됐다. 두 교수는 “한미일 협력의 목적은 일방적인 중국 견제와 반대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라며 “다음에 중국 학자까지 포함시킨 대담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북-러 정상의 만남,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친다. 강준영 교수(이하 강)=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살아 있는 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를 고사시킬 수 있다면 수십 년 전쟁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 더 잦은 핵·미사일 도발 또한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러시아는 북핵의 직접 위협에 놓인 한국에 되레 ‘북-러 밀착에 신경 쓰지 말라’는 뜻까지 밝혔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 한국의 적국이 되는데 이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모든 면에서 잘못된 만남이다. 가와시마 교수(이하 가와시마)=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이 금지한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자가당착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역설적으로 북-러 밀착으로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 또한 강화됐다. 가와시마=한미일 정상의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회동으로 3국 협력의 수준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이라는 큰 그림을 보기보다 북핵, 통일 등 북한 의제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이 미국, 일본보다 러시아나 중국에 덜 강경할 뿐 아니라 친절하고 협조적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다. 한국이 분단국임을 알지만 다른 나라가 한국처럼 북한 의제를 우선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에는 미세 균열조차 발생하면 안 된다. 세 나라가 일사불란하게 인도태평양 전체를 같이 포위해야 북-중-러를 모두 압박하고 견제할 수 있다. 주변국에 군사 위협을 강화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동아시아의 모든 곳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위험이 있다고 일본 정부는 여긴다. 강=동의한다. 다만 내수 비중이 큰 일본 경제와 달리 한국은 대중 교역의 비중이 높다. 북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본과 미국이 한국의 특수성을 더 이해해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추가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과거사가 있다. 가와시마=일본이 가해국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 출신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한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고 정권이 바뀌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또 물거품이 될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 기시다 총리는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으로 실무를 담당했기에 이 트라우마가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윤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점도 평가해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을 안다. 그래서 윤 대통령께 2보가 아닌 ‘3보 전진’을 부탁드린다. 현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뤄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1보 후퇴’ 정도로 그칠 수 있다. 한국이 북한 관련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면 일본 또한 이를 상당한 진전으로 여길 것이다. 강=한국 정치권이 반일 감정을 지나치게 이용한 측면이 있다. 현 중국공산당 또한 반일감정을 체제 유지 도구로 쓰고 있다. 한일 관계가 더 좋아지려면 양국 지도자의 지지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민간 교류 등 관계 개선 정책에 힘이 실린다. 이런 한국의 시도에 일본 또한 적극 화답하길 바란다. ―중국이 강경 일변도의 대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와시마=생각보다 빨리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같은 보수파가 사회 전반을 장악했으며 정보기술(IT)의 발달을 사회 통제에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판이 된 미국의 전략적 선택도 중국의 부상을 부추겼다. 2001년 9·11테러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했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켜 주면 테러 대처 부담을 나눠 지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슬람국가(IS) 격퇴, 이란 핵협상 등에 치중했다. 그러다 중국의 힘이 급성장하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이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이자 뒤늦게 일대일로를 강하게 견제했다. 중국 또한 ‘이제 와서 왜 이러냐’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강=시 주석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중심의 또 다른 세계 질서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를 강조해 3연임에 성공한 만큼 그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경제’보다 ‘안보’를 중시하겠다는 거듭된 발언, 최근 경제난 조짐에도 ‘성장’보다 ‘분배’를 앞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를 지속하겠다는 태도가 잘 보여준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도 중국 화웨이가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식 스마트폰을 내놨다. 규제 실패인가. 강=규제 전 사 놓은 반도체를 썼다는 설, 규제 우회를 통해 구입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알기 어렵다. 다만 그래서 한미일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제 안보와 경제(공급망·기술 등)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양자의 경계 또한 희미하다. 가와시마=동의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반도체 부족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칩이 내장되지 않은 종이 교통카드를 쓴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고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강=부동산 부실이 경제 붕괴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위기가 더 전파되지 않도록 당국이 제어할 능력이 있고 증시 등도 안정을 찾고 있다. 다만 비슷한 위기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가와시마=전체적으로 괜찮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경제가 발달한 남동부와 달리 베이징과 북한 사이의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은 민간 기업보다 혁신 능력이 떨어지는 국유 기업이 많아 위기에 많이 노출됐다. 시 주석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고 홍수 피해를 입은 헤이룽장성을 찾은 것 또한 이곳의 민심 이반이 정권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한 탓으로 본다.△가와시마 신(川島眞)1968년 일본 요코하마생. 도쿄외국어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도쿄대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6년부터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동아시아 정치, 미중 갈등 등에 관한 저서를 펴냈다. 2014∼2018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S) 자문위원을 지냈다.△강준영1962년 충남 연기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중국 정치경제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현대 한중관계의 이해’ 등을 썼다. 현재 대통령실과 외교부의 자문위원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2023-09-18 01:01 
中 부동산 위기속 소비-생산도 동반 부진… 장기 침체 우려 나와중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발표된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고, 중국 경제의 핵심 기둥인 부동산 시장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위안양(遠洋·시노오션) 등 대형 개발업체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이미 금융으로까지 전이된 모양새다. 다급해진 중국 당국은 금리를 낮춰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단기 처방책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매달 최고치를 경신해온 청년실업률 발표도 돌연 중단해 데이터 투명성 저하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만 부채질한 꼴이 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4일(현지 시간) “중국 경제의 불안이 미국 경제에도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총체적 난국” 비상 걸린 中경제부동산, 물가, 고용, 수출 등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소비 및 생산지표마저 악화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5%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고 시장 전망치(4.5%)도 밑돌았다. 올 4월만 해도 증가율이 18.4%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의 업황을 반영한 지표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소비를 늘리려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별 효과가 없음이 확인됐다. 공장, 광산 등의 생산량을 측정한 7월 산업생산 또한 3.7% 늘며 예상치(4.6%)를 밑돌았다. 산업생산이 둔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생산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날 발표된 7월 실업률 또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높은 5.3%를 기록했다. 당국은 16∼24세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6월 청년실업률은 이미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해 더 나빠진 지표를 감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 징후는 경제지표로 그치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둔화는 이미 장기화된 데다 최근에는 이를 버티지 못한 대형 개발업체들이 비구이위안을 시작으로 연쇄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이 중국에서 벌인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 건이다.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헝다(약 700건)의 4배를 넘는다. 이에 중화권 매체는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 디플레이션 진입, “침체 장기화” 우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단기 기준 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중기 기준 금리인 1년 만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15%포인트씩 내렸다. 이를 통해 총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산업화→대도시로의 인구 유입 증가 →소비 및 부동산 활황’ 등으로 이어지던 선순환 기조가 깨진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졌다는 진단에 이어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경고도 속속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5.2%)보다 낮은 4.5%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2, 3%대 성장을 예상한다. 미 월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상황이 중국에 벌어질까 우려한다. 당시에도 미 부동산 업체 뉴센추리파이낸셜의 파산 후 부동산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돼 리먼, 베어스턴스 등 대형 금융사가 줄줄이 파산했다. 미 JP모건은 중룽(中融)국제신탁 같은 부동산신탁(리츠) 금융사가 만기 상환을 제때 못 하면 중국 경제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이 중국 성장률을 0.3∼0.4%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2023-08-16 03:00 
[파워인터뷰]“한국-대만 반도체 협력 강화해야 中-北 위협도 대처 가능”《“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각각 두 나라의 위협을 받는 한국과 대만이 뭉쳐야 합니다. 특히 자강(自彊)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2000∼2008년 대만 최초의 여성 부총통을 지낸 뤼슈롄(呂秀蓮·79) 전 부총통의 말이다. 미국과 중국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금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라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두 나라가 뭉쳐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 어떤 강대국도 한국과 대만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최근 강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CC큐브에서 인터뷰를 갖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 든다면 현 국제 정세상 한국과 일본 또한 반드시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한국, 대만, 일본 세 나라가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아시아 민주주의-경제 번영 블록’을 창설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권했다.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와 이 선거에서 승리한 새 총통이 취임하는 같은 해 5월까지의 4개월이 특히 위험하므로 세 나라가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만 민주화 및 여성 운동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하던 1979년 진보 잡지 ‘메이리다오(美麗島)’에 관여한 민주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화 운동 ‘메이리다오 사태’가 발발했다. 당시 그는 집회에서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2년형을 선고받고 5년 넘게 복역했다. 집권 민진당 출신의 첫 총통이자 반중 노선을 주창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은 당시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고 총통까지 올랐다. 뤼 전 부총통은 천 전 총통 시절 최초의 여성 부총통을 지냈다. 수차례 생사의 고비도 겪었다. 젊은 시절 암 투병을 했고 2004년 천 전 총통의 암살 시도가 있었을 때는 옆에 있던 그 또한 무릎에 총상을 입었다. 부총통 퇴임 후 양성평등, 환경 운동 등에 주력했다. 중국의 압제에 굴복하면 안 되지만 일방적인 미국 추종도 곤란하다며 ‘자강’을 거듭 강조했다. 독신인 그는 “대만의 자유는 물론이고 나 자신의 자유 또한 중시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왜 중요한가. “두 나라는 발달된 과학기술, 민주주의, 시장경제, 유교 문화, 강대국의 군사 위협 직면이란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 미국과 중국이 전방위적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 대만의 협력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TSMC가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사막 지대여서 공업용수가 중요한 반도체 공장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노동 관련 법규 등이 까다로워서 한국 및 대만에서처럼 근로자들이 불철주야 일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두 나라의 반도체 기업이 손을 잡으면 굳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되고 그 어느 나라도 한국과 대만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바로 ‘윈윈’이다.” ―대만과 미국의 대선이 모두 치러지는 내년에 중국이 양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독단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는 것과 동시에 이뤄지거나, 북한의 침공이 중국의 침공보다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과 인접한 일본 또한 어떤 식으로든 참여가 불가피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특히 내년 1월 대만의 총통 선거가 실시되고 여기에서 승리한 새 총통이 취임하는 같은 해 5월까지의 4개월이 매우 위험하다. 그 기간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대만, 일본 세 나라가 군사적으로도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고 발언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년 총통 선거 전망은…. 일각에서는 중국이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 겸 민진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개입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개입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홍콩의 반중 시위 여파로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2020년 압도적 격차로 재선에 성공한 후 전국 단위의 주요 선거에서 친중 노선을 내세운 후보가 승리한 적이 많지 않다. 설사 중국이 배후 조종한다 해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라이 부총통은 국회의원,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총리), 부총통 등을 거쳐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의사 출신이며 하버드대 보건학 석사는 국회의원 시절 땄을 정도로 성실하고 영어도 유창하다. 오래전부터 ‘대만은 주권국’임을 강조해 온 강단 있는 인물이다. 라이 부총통이 15일 산티아고 페냐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경유하는 것에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데 과한 반응이다. 대만과 파라과이는 직항도 없는데 경유를 하지 않고 어떻게 중남미를 가겠나. 나도 부총통 시절 다른 나라를 가면서 수차례 미국을 경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모든 중국 지도자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지구는 중국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여긴다. 시 주석이 유독 심한 것은 스스로를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 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강(秦剛) 전 중국 외교부장의 전격 경질,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외교 결례 발언 같은 사안은 진짜 원인이 뭐가 됐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중국공산당은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만든 시 주석을 너무 자극하진 말되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각국의 공조와 연합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다음은 대만’이라고 하지만 대만은 절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한국에 와 보면 얼마나 평온하고 발전된 나라인가. 대만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단 한 번도 중국의 일부였던 적이 없다.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지만 이는 민주사회에 사는 대만인에게 일방적으로 ‘공산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다. 대신 나는 ‘하나의 중화(中華)’를 언급하고 싶다. 시 주석에게도 ‘하나의 민족이 여러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일각에서는 과거사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 “과거사 때문에 일본과 척을 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장 북한의 핵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사안 아닌가. 한국, 대만, 일본이 EU 같은 ‘아시아 민주주의-경제 번영 블록’을 창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한국과 대만의 공통점은 일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세 나라가 ‘황금의 삼각형(골든 트라이앵글)’을 만들 수 있다.” ―퇴임 후 양성평등, 환경 운동 등에 주력했다. “전 세계가 극한의 기후위기 같은 범국가적 난제를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적, 남녀, 국적 등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대만 또한 아시아 주요국처럼 과거 여성 인권이 낙후됐다. 또 아시아의 유명 여성 정치인은 대부분 부친이나 남편의 후광으로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최초의 여성 부총통이 됐다. 후배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은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 나를 ‘민주화 운동의 대모’로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단어나 표현으로 나를 규정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되는 것(Be yourself)’이 가장 중요하다.”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 1944년 타오위안 출생△ 1967년 국립대만대 법학 학사△ 1978년 미국 하버드대 법학 석사△ 1979년 민주화 운동 ‘메이리다오’ 사건으로 체포 및 투옥△ 1985년 석방△ 1990년 민진당 입당△ 2000∼2008년 대만 최초 여성 부총통 하정민 기자 dew@donga.com}2023-08-06 23:45 
中과 경협 밀착 佛, 남태평양선 “新제국주의 안돼” 中견제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와중에 프랑스와 중국이 밀착하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은 프랑스라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고, 프랑스 또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따른 이득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올 들어 양국 수뇌부가 중국 베이징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협력 강화를 논의한 가운데 29일에는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모두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는 남태평양을 찾아 “신(新)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과도 일정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강대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주권을 위협하는 만큼 이 지역에 자치령이 여럿 있는 프랑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中-佛 고위 관계자 잇단 회동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2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9차 중국·프랑스 경제·금융 대화에서 르메르 장관에게 “프랑스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우호 협력 분위기를 안정시켜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 또한 “양국이 경제, 금융 협력 강화를 고민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화답했다. 회담 후 프랑스 측은 항공우주, 화장품, 식음료, 금융 분야 등 양국 협력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서방이 중국공산당과 연루돼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5세대(5G) 면허를 연장해 준 프랑스 일부 도시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올 들어 수차례 회동했다. 4월 초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두 차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을 베이징 밖에서 만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예우 수준을 보여줬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중국 측 입맛에 맞는 발언을 했다. 이에 답례하듯 중국 항공사 또한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구매 계약이란 ‘통 큰 선물’을 프랑스 측에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도 “나토의 일본 도쿄사무소 개설을 반대한다. 인도태평양은 (나토 관할 지역인) 북대서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을 견제하는 나토의 최신 행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원자력 항공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마크롱, 남태평양 찾아 中 견제도마크롱 대통령은 24∼29일 프랑스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 남태평양 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남태평양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7일 바누아투에서 “인도태평양에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강대국의 약탈,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 불평등한 조건이 딸린 차관 등으로 몇몇 인도태평양 국가 주권과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와 일할 준비가 된 모든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중국, 미국과는 다르다고 차별점을 부각했다. 프랑스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폴리네시아 등을 자치령으로 두고 있다. 최근 중국이 이 지역에 인프라를 깔아 주고 차관을 빌려주는 대신 군사기지 건설 및 광물 자원 개발 허용 등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에 중국 자본을 들인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에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솔로몬제도에도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설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2023-07-31 03:00 
佛, 미중갈등 속 中과 밀착…마크롱, 남태평양선 中 견제도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와중에 프랑스와 중국이 밀착하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은 프랑스라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고, 프랑스 또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따른 이득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올 들어 양국 수뇌부가 중국 베이징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협력 강화를 논의한 가운데 29일에는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모두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는 남태평양을 찾아 “신(新)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과도 일정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강대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주권을 위협하는 만큼 이 지역에 자치령이 여럿 있는 프랑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中-佛 고위 관계자 잇단 회동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2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9차 중국·프랑스 경제·금융 대화에서 르메르 장관에게 “프랑스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우호 협력 분위기를 안정시켜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 또한 “양국이 경제, 금융 협력 강화를 고민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화답했다. 회담 후 프랑스 측은 항공우주, 화장품, 식음료, 금융 분야 등 양국 협력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서방이 중국공산당과 연루돼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5세대(5G) 면허를 연장해 준 프랑스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올 들어 수 차례 회동했다. 4월 초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두 차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을 베이징 밖에서 만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예우 수준을 보여줬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중국 측 입맛에 맞는 발언을 했다. 이에 답례하듯 중국 항공사 또한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구매 계약이란 ‘통 큰 선물’을 프랑스 측에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도 “나토의 일본 도쿄사무소 개설을 반대한다. 인도태평양은 (나토 관할 지역인) 북대서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을 견제하는 나토의 최신 행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원자력 항공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마크롱, 남태평양 찾아 中 견제도 마크롱 대통령은 25~29일 프랑스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 남태평양 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남태평양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7일 바누아투에서 “인도태평양에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강대국의 약탈,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 불평등한 조건이 딸린 차관 등으로 몇몇 인도태평양 국가 주권과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와 일할 준비가 된 모든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중국, 미국과는 다르다고 차별점을 부각했다. 프랑스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폴리네시아 등을 자치령으로 두고 있다. 최근 중국이 이 지역에 인프라를 깔아 주고 차관을 빌려주는 대신 군사기지 건설 및 광물 자원 개발 허용 등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에 중국 자본을 들인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솔로몬제도에도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설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2023-07-30 19:08 
“美中 ‘코끼리 싸움터’의 ‘잔디’ 안 되려면 韓 경제 더 성장해야”[파워인터뷰]《“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코끼리’의 싸움에서 ‘잔디’처럼 밟히지 않으려면 특정국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같은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를 늘려야 합니다.”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제임스 캐러파노 부회장(68)이 미중 갈등에 낀 한국의 나아갈 길에 관해 던진 충고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그는 “두 패권국의 다툼에 중립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가안보, 경제 등 모든 관점에서 한국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한국에도 이익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주요 7개국(G7)이 한국을 포함해 확대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캐러파노 부회장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한국에서 두 차례 근무했다. 부친 또한 6·25전쟁 참전용사로 부자가 대를 이어 한국을 위해 싸웠다. 그는 “1978년 한국 춘천에 처음 부임했을 때 17세기에 온 줄 알았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랬던 한국이 오늘날처럼 발전한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의 과거사에 매몰되거나 조변석개하는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한미일 3국 협력이 가져올 밝은 미래를 보라고 했다. 자신 또한 본인과 가족이 한국에서 복무했기 때문이 아니라 “두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같이 할 일이 많고 훌륭한 파트너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나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거듭된 핵 위협은 자신들이 전통적인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핵을 가졌다고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적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데 핵만으로 판세를 뒤집을 순 없다. 한국이 ‘인도 vs 파키스탄’ 핵 경쟁 때의 인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 모두 수십 년간 상대방의 핵만 의식하고 집착했지만 인도가 그 함정에서 먼저 탈출해 경제 성장에 매진했다. 파키스탄은 아직도 정정 불안이 극심하고 경제도 수렁에 빠져 있지만 인도는 세계적인 강대국이 됐다. 한국도 그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북한에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미중 갈등 격화로 한국도 고민이 많다. “현재의 미중 갈등은 ‘코끼리 싸움’ 성격이 강하다. 두 코끼리는 괜찮지만 중간에 낀 작고 가난한 나라는 ‘잔디’처럼 다 밟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잔디가 아닌 나무가 돼야 한다. 한국은 이미 나무지만 더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외형만 키운 경제 성장이 아니라 특정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회복탄력성 강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유럽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중국 경제는 부실, 투명성 부족 논란 등에 휩싸였다. 이런 성장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활발한 참여처럼 국제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환영받는 경제 협력 대상이다.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특히 한국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깊다. “중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싼 듯 보이는 그 비용이 진짜 싼지는 따져봐야 한다. 미 제약업계도 중국산 원재료가 싸고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중국 진출을 확대했다가 후회하고 있다. 미중 갈등 고조로 적지 않은 기업이 ‘탈(脫)중국’을 시도하고 있는데 애초에 중국에 가지 않았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이 아닌가. 중국은 주변국에 늘 적대적이며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주변국이 중립지대에 있는 것 또한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의 주요 8개국(G8) 가입을 지지한다는 글을 재단 웹사이트에 올렸다. “한국과 미국은 강대국의 악의적인 괴롭힘이 없는 자유롭고 개방된 공간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또한 한국의 G8 가입은 한미일 3개국 모두에도 이익이다. G8에 가입하려면 앞서 언급한 경제 성장, 국제사회 기여 외에도 일본의 지지 또한 필요하다. 과거는 물론 중요하지만 양국의 과거사가 두 나라의 미래를 제약하도록 두면 안 된다. 과거사 극복에 한국 내 반일 여론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속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침공했을 때 미국 여론 또한 순식간에 요동쳤다. 침공 전에는 ‘2차대전에 참전하면 안 된다’는 답이 80%에 달했다. 침공 직후에는 80%가 ‘전쟁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은 그런 것이다. 본질적으로 아이돌그룹을 좇는 대중 심리와 비슷하다. 여론이 아닌 한국의 진짜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본인과 가족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나는 1970년대와 2000년대 미 육군 소속으로 두 차례 복무했고 아버지는 6·25전쟁에서 직접 싸우셨다. 내가 웨스트포인트를 택한 것 또한 전쟁 당시 아버지가 깊이 존경하고 따랐던 장교가 이곳을 졸업했기 때문이었으니 역시 한국과 관련이 있다. 당시 어머니는 한국에 오진 않으셨지만 미 여군단(Women’s Army Corps·WAC) 소속으로 한국을 후방 지원하셨다. 1978년 처음 (강원) 춘천 인근 부대에 왔을 때 17세기에 온 줄 알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는커녕 풀뿌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랬던 한국이 오늘의 발전을 이룬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와 가족이 한국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한국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기 때문에 중시한다.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같이 할 일이 많고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또한 심각하다.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고, 빠르면 미국과 대만의 대선이 있는 내년 중국이 침공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소 과한 해석이다. 미국, 중국, 대만 모두 ‘현상 유지’를 가장 원한다. 육로 침공이 가능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을 점령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쉽지 않다. 대만 침공은 공멸을 뜻한다는 것을 중국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진짜 원하는 것은 홍콩과 마찬가지로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다.” ―내년 미 대선 결과가 국제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까.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떤 당이 승리해도 미 외교안보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등 4명의 전·현직 대통령 모두 재임 시절 중국, 러시아, 이란 등 3개국을 가장 중시했다. 다음 대통령 또한 그럴 것이다. 최근 이 세 나라가 밀착하는 이유도 그것이 미국에 대적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 일각에서 ‘미 대통령이 바뀌면 주한미군 철수설 등이 다시 제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도 못 했던 일이다. 대통령이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외교안보 정책의 영속성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양당이 가장 차이를 보이는 의제는 ‘에너지’다. 공화당은 화석 연료, 민주당은 청정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에너지 정책은 적지 않게 요동칠 것이다.”제임스 캐러파노1955년 미국 뉴욕시에서 태어났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후 육군에 25년간 몸담았고 한국에서만 두 차례 복무했다. 부친은 6·25전쟁에서 직접 싸웠고 모친은 미 여군단 소속으로 후방 지원을 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13년 미군 참전용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테랑 네이션’을 공동 제작했다. 조지타운대에서 근대 유럽 역사, 외교사 전공으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땄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2023-06-25 23:45 
탁신 ‘그림자 통치’에 퇴행하는 태국 민주주의[글로벌 이슈/하정민]2001년 “태국의 마약, 빈곤, 가뭄을 없애겠다”며 집권했다. 30밧(약 1140원) 의료제, 마을당 100만 밧 지급, 농가 부채 탕감 등 현금을 직접 뿌리는 선심성 복지 정책을 폈다. 약 7000만 명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민과 빈민층이 열광했다. 금기로 여겨지던 왕실과 군부도 서슴지 않고 비판했다. 종신 집권이 가능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8명의 형제자매, 처가 식구 등이 기간 산업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가문 소유의 통신사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19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팔면서 단 한 푼의 세금도 안 냈다. 반대파와 시민단체 또한 탄압하자 민심이 돌아섰다. 2006년 미국 방문 중 쿠데타가 발생해 실각했다. 이후 17년 넘게 해외를 떠돌면서도 여동생 잉락, 딸 패통탄 등을 내세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논쟁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화교계 통신 재벌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다. 그의 등장 후 태국은 탁신 대 반(反)탁신으로 나뉘어 20년 넘게 사실상의 내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에는 수도 방콕 한복판에서 농민 등 친탁신파가 많은 ‘레드 셔츠’와 군부, 부유층이 중심인 반탁신파 ‘옐로 셔츠’가 두 달간 유혈 충돌을 벌여 100여 명이 숨졌다. 각각 노동자와 왕을 상징하는 빨강, 노랑 옷을 입고 대결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민주주의 선거가 본질적으로 ‘쪽수 대결’이란 점도 그를 둘러싼 혼란을 고조시켰다. “부패와 독재가 있다지만 서민을 사람 취급한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그에게 몰표를 던지는 국민이 최소 절반이다. 그의 실각 후에도 탁신 일가가 만든 정당이 늘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잉락 또한 오빠의 뒤를 이어 2011∼2014년 총리를 지냈다. 오빠처럼 정부가 농가의 쌀을 국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쌀 수매제’ 등의 선심성 복지 정책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패통탄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이 14일 총선에서 ‘1위’가 아닌 ‘2위’로 밀린 건 상당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부친의 노선을 계승한 패통탄 또한 이번 선거 전 “모든 성인에게 1만 밧 지급” 등 익숙한 현금 살포 공약을 내놨다. 그럼에도 탁신의 고향 치앙마이, 저소득층이 많은 방콕 등에서도 부진했다. 탁신과 군부의 오랜 대립, 지지부진한 경제 등에 지친 2030 유권자는 군주제 개혁, 징병제 폐지 등을 외친 신생 정당 전진당을 1위로 만들어줬다. 문제는 전진당이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수권’이 목표인 패통탄 또한 ‘부친 사면’을 조건으로 오랫동안 척을 졌던 군부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군부 또한 겉으로는 탁신에게 이를 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군부 지도자가 만든 2개 정당이 각각 4, 5위에 그친 터라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군부, 탁신, 왕실이 다 싫다”는 전진당보다는 차라리 ‘익숙한 적’ 탁신이 나을 수도 있다. 둘 다 부정부패에선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탁신 전 총리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선거 결과, 귀국 후 투옥 위험 등을 감수하고라도 귀국하겠다며 정계 복귀 의지를 다졌다. 그는 16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통해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7월에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은 왕실에 충성하며 전진당의 반군주제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가 생물(生物)임을 감안하면 탁신과 군부가 ‘왕실 지지’를 매개로 불안한 동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집권 내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한 탁신의 귀국과 복귀 시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세계은행은 불평등의 대표적 척도인 태국의 지니계수가 0.433으로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5∼7%대 성장을 구가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달리 태국의 성장률 또한 수년째 2∼3%대에 그친다. 이는 많은 국민이 탁신 일가의 선심성 복지 정책의 단맛에 익숙해진 탓에 농업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고부가가치 제품은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공(功)이 있다지만 포퓰리즘 정책 남발, 부패, 분열 조장만으로도 탁신 전 총리의 과(過)가 적지 않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2023-05-24 03:00 
“고령화로 각국 신용강등… 韓, 2050년 최악 위기”급격한 고령화로 세계 주요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3대 신평사는 인구 구조 변화와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려 연금 및 의료보험 비용이 급증하는 등 국가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현재 투자 부적격 등급인 국가의 비중이 세계 각국 중 약 3분의 1이지만 상황을 방치하면 2060년경 절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면적인 개혁이 없으면 재정 부담 증가와 차입 비용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며 각국이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18일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 2050년 생산인구 35% 감소, GDP 28% 줄것” 각국 고령화로 신용 강등한경연 “총인구는 2050년 12% 감소생산인구 감소 속도가 3배 빨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에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비중이 1% 감소하면 GDP는 0.59%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유엔 인구자료를 인용해 2050년 한국 인구가 4577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5181만6000여 명)보다 1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4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4.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총인구 감소보다 약 3배 빠른 것이다. 이런 인구 변화에 따라 2050년 한국 GDP가 2022년 대비 28.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피부양인구(만 14세 이하와 65세 이상)가 1% 늘면 GDP는 0.17% 감소한다고도 추정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 재정 부담 증가, 미래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외국인 근로자 활용, 노동생산성 향상 등 다각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고령층의 고용 효율성을 높이고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늘려 주라고 촉구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역시 “과거에는 인구 통계가 국가등급 평가의 중장기적 고려 사항이었지만 이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노동인구 감소와 정부 지출 부담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외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부담이 이미 가시화됐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S&P는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도 부채 비용이 1%포인트 오를수록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60년경 40∼60%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또 세계 각국의 GDP 대비 연금 비용은 매년 4.5%포인트씩, 의료비는 매년 2.7%포인트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대 신평사는 남유럽 재정위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연금개혁 등을 실시한 그리스를 본받으라고도 조언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60년까지 노인 인구 관련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2023-05-19 03:00 
한경연 “韓 2050년 생산가능인구 34.8% 줄고, GDP 28.4% 감소”급격한 고령화로 세계 주요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3대 신평사는 인구 구조 변화와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려 연금 및 의료보험 비용이 급증하는 등 국가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현재 투자부적격 등급인 국가의 비중이 세계 각국 중 약 3분의 1 이지만 상황을 방치하면 2060년경 절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면적인 개혁이 없으면 재정 부담 증가와 차입 비용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며 각국이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18일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에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비중이 1% 감소하면 GDP는 0.59%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유엔 인구자료를 인용해 2050년 한국 인구가 약 4577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약 5181만 6000여 명)보다 1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 4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34.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인구감소 속도가 총 인구 감소보다 약 3배 빠른 것이다. 이런 인구 변화에 따라 2050년 한국 GDP가 2022년 대비 28.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피부양인구(만 14세 이하와 65세 이상)가 1% 늘면 GDP는 0.17% 감소한다고도 추정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 재정 부담 증가, 미래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외국인 근로자 활용, 노동생산성 향상 등 다각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고령층의 고용 효율성을 높이고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늘려주라고 촉구했다. 세계 3대 신평사 역시 “과거에는 인구 통계가 국가등급 평가의 중장기적 고려 사항이었지만 이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노동인구 감소와 정부 지출 부담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외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부담이 이미 가시화됐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S&P는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도 부채 비용이 1%포인트 오를수록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60년경 40~60%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또 세계 각국의 GDP 대비 연금 비용은 매년 4.5%포인트씩, 의료비는 매년 2.7%포인트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대 신평사는 남유럽 재정위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연금개혁 등을 실시한 그리스를 본받으라고도 조언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60년까지 노인 인구 관련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라고 진단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2023-05-18 17:11 
[글로벌 이슈/하정민]경영 전면 나서는 화웨이 여제 멍완저우“조국이 없었다면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18년 12월 캐나다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뒤 1029일간 억류됐던 멍완저우(孟晚舟·51) 중국 화웨이 순회회장 내정자가 2021년 9월 말 선전공항에서 밝힌 귀국 소감이다. 당시 그는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 신념의 등대가 있다”며 중국공산당에 무한 충성을 맹세했다. 중국 또한 이런 그를 “무역 분쟁의 순교자”라며 홍보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이전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갈등을 상징했던 화웨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멍완저우는 다음 달 1일부터 6개월간 ‘화웨이 2인자’ 순회회장직에 오른다. 화웨이는 3명의 부회장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순회회장을 맡는데 이번이 그의 차례다. 그의 부친 겸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79) 최고경영자(CEO)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딸의 승계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 발찌를 차는 등 약간의 불편을 제외하면 억류 기간 동안 멍완저우가 많은 것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93년 화웨이에 입사한 그가 창업자의 딸임이 알려진 시기는 20년이 흐른 2013년. 회사 내에서도 한때 부친의 비서였던 쑨야펑(孫亞芳) 전 부회장이 더 잘나갔다. 억류 후 상황이 달라졌다. 각국 언론은 그가 집에서도 샤넬 가방을 들고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신었다는 등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 보도하며 그를 세계적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그를 최고위 관료급으로 대우하며 줄기차게 석방을 요구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1년 9월 초 통화에서도 그의 석방이 주요 의제였다고 중국 외교부가 직접 밝혔을 정도다. 그가 귀국한 뒤 관영 언론은 입을 모아 칭송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벼락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혼자 받아낸 ‘피뢰침’ 같은 존재이며 서방에 굴복하지 않고 개선 장군처럼 귀국했다는 낯간지러운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 달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비슷한 보도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런정페이의 세 자녀 중 그가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멍완저우는 첫 부인 멍쥔(孟軍)의 소생. 런정페이는 창업 전부터 멍쥔의 부친 멍둥보(孟東波) 전 쓰촨성 부성장의 덕을 많이 봤다. 국공 내전 당시 국민당을 위해 일했던 부친을 둔 탓에 런정페이의 가족은 문화대혁명 시기 ‘반동’으로 몰려 모진 탄압을 받았다. 장인을 통해 일종의 신분 세탁을 한 뒤 인민해방군에 입대할 수 있었고 창업으로도 이어졌다. 런정페이는 이혼과 관계없이 멍둥보를 존경하며 그래서 딸에게 외조부의 성을 붙였다고 줄곧 언급했다. 군 재직 시절 런정페이가 근무했던 부대는 현재 법률전, 여론전, 심리전, 즉 삼전(三戰)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보부대의 전신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화웨이를 창업한 뒤에도 군, 국영기업 등에 집중적으로 납품하며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2년 추정 매출이 926억 달러(약 120조 원)가 넘지만 아직 상하이, 선전, 홍콩 증시 등 어느 곳에도 상장하지 않았다. 런정페이 또한 일종의 ‘바지 사장’이며 실질적인 지배자는 일부 당, 군 간부임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있다는 설이 제기된다. 애초에 화웨이라는 기업명 자체가 ‘중화유위(中華有爲·중화민족을 위한다)’의 줄임말이다. 미국 등 서방이 화웨이를 민간 기업의 외피를 두른 사실상 중국의 정보기관으로 보는 이유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21세기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대만 등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 또한 언제 전쟁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에 다다랐다. 원했건 아니건 한 개인을 넘어 신냉전의 상징이 된 멍완저우. 이 위험한 시기에 그가 어떤 경영 능력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2023-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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