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기본소득 실험하는데[오늘과 내일/신연수]

신연수 논설위원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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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주장만 난무
효과 검증하는 ‘정책실험’ 필요하다
신연수 논설위원
2차 재난지원금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여당은 더 힘겨운 사람에게 더 두텁게 준다더니 느닷없이 전 국민 통신비를 끼워 넣었다. 야당은 대안 없이 정치 공세만 한다. 1차 재난지원금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거의 똑같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주장은 무수하지만 피차 근거는 별로 없다. 1차 재난지원금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실증적 연구가 없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은 팬데믹으로 인한 긴급 지원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것 말고도 대부분의 정책들이 과학적 근거나 효과 검증 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 감소를 막으려고 아이를 낳으면 최대 3000만 원을 준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먹튀’ 하는 경우가 많으니 요즘은 집을 제공한다는 지자체도 나왔다. 대부분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 없이 남들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 역시 대선 때 불쑥 시작된 기초연금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현재의 실업수당 프로그램이 실업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지 제대로 검증하고 발표한 적이 없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서는 정책에 대해서도 ‘실험’을 하는 사례가 많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 부부는 이런 실험의 대가들이다. 이들은 ‘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해 40여 개국에서 수백 건의 실험을 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하는 게 좋은가 나쁜가는 경제학계에서 논쟁거리였다. 바네르지 부부가 사회적 실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무엇을 어떻게 원조하느냐’ 하는 디테일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직관이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지 말고 실험을 통해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라” “기업은 수많은 실험을 거쳐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데 정부는 왜 아무 실험도 하지 않고 정책을 만드는가” 같은 그들의 주장은 정책 당국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바네르지 부부뿐 아니라 세계 많은 기관과 연구자들이 ‘정책실험’을 통해 의미 있는 결론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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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흥미로운 정책실험은 독일의 기본소득 실험이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기본소득 논의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관심이 급증했다. 독일의 실험은 11월까지 100만 명 이상의 신청자를 받아 그중 120명에게 아무 조건 없이 3년 동안 연 60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고,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1380명의 대조집단과 비교하는 것이다. 독일 최대 연구소 중 하나인 독일경제연구소(DIW)와 쾰른대 등 권위 있는 기관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본소득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놨다. 경기도는 모든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 역시 찬성과 반대의 주장만 무성할 뿐 근거들이 희박하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본소득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데, 아무 준비도 안 하다가 선거 때 임기응변식 선심 경쟁으로 치달을까 걱정이다. 미리 정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실험을 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이다. 진보와 보수, 여야를 넘어 정책의 과학성과 지속성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때로 수십 년에 걸친 정책실험도 할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한다. 우리는 이미 1, 2차 재난지원금과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서울시의 청년수당 같은, 정책실험을 대신할 만한 소중한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효과라도 공개적이고 객관적으로 비교 연구해 다음 선거 때는 좀 더 근거 있는 논쟁을 하는 게 어떨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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