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이자 최악의 시절, 리더십이 갈랐다[광화문에서/김현수]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20-08-11 03:00수정 2020-08-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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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2분기(4∼6월)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을 지나며 문득 이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프랑스 혁명 격동기를 묘사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속 첫 문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2020년을 묘사하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한 문장이 있을까. 실제로 어떤 기업에는 지금이 ‘믿음의 세기이자 희망의 봄’이고, 또 어떤 기업에는 ‘의심의 세기이자 절망의 겨울’이다.

왜 기업마다 다를까. 운도 작용했다. 언택트(비대면) 시장의 강자들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항공 기업은 최악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같이 잘나가는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엇갈린 운명이다. 1975년 설립된 MS, 1968년 설립된 인텔은 둘 다 PC 시대를 연 주역이다. 하지만 MS는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한 기업으로 떠오른 반면 인텔은 기술력 약화로 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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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랐을까. 주요 외신은 리더십에서 답을 찾았다. 미국 주간지 배런스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수년 동안 MS를 준비시켜 왔다”고 평했다. 2014년 CEO에 선임된 이후 윈도 운영체제(OS) 중심 회사의 체질을 클라우드 기업으로 개선해 온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 덕분에 MS는 코로나19에도 2분기 매출이 13% 이상 성장하는 등 선방하고 있다. 실제로 MS와 협업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고위 임원은 “CEO 하나 바뀌었다고 회사 문화까지 급변할 줄은 몰랐다. (고압적이던) MS는 외부 협업에 열려 있고, 아이디어를 즉각 수용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인텔은 최근 미세공정 제품 양산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술력에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실토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2015년 당시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가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바람에 정작 내부 고위 인력이 줄줄이 나가버렸다”면서 “많은 애널리스트가 인텔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의심하고 있다”며 인텔의 리더십 위기를 분석했다.

그렇다면 누가 CEO를 뽑는 것일까. 여기에 진짜 회사를 살리는 리더십이 숨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빌 게이츠 창업자를 포함한 MS의 이사회는 5개월 이상 후보 20여 명을 두고 CEO 찾기에 나섰다. 결국 MS 이사회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클라우드 사업부 경험이 있고,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던 나델라를 뽑았다. 당시 게이츠는 기술고문으로서 나델라의 ‘멘토’ 역할을 맡았지만 나델라가 게이츠의 뜻대로만 기업을 이끈 것은 아니다. 그는 게이츠 창업자보다 11세 어리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회사도 그에게 회사의 명운을 맡겼다. 반면 인텔은 내부 인력의 엑소더스 탓에 CEO 후보군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1, 2년 우왕좌왕하는 사이 ‘외계인의 작품’이라 불렸던 인텔의 기술력은 뒤처지고 말았다.

MS 역시 순식간에 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MS와 인텔의 2020년은 리더십이 기업에 최고의 시절도, 최악의 시절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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