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아마존강’[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20-08-05 03:00수정 2020-08-05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은 과거 여름 장마철 상습 침수 지역이 많았으나 현재는 30년 빈도, 시간당 95mm의 강수량 배수 능력을 갖춰 물에 잠기는 피해는 크게 줄었다. 2011년 7월 하루 301.5mm의 비가 3일간 내려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는 시간당 최대 80mm가 내렸다. 최근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 ‘양동이 폭우’가 쏟아져 속수무책에 가까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시간당 최대 120mm가 쏟아진 곳도 있다. 비는 내리는 양보다 짧은 시간 몰아치는 ‘집중호우’가 문제다. 한반도는 집중호우 조건이 수두룩하다.

▷한반도는 계절풍인 열대 몬순의 영향을 받아 우기가 집중되는데 여름철에 태평양에서 습한 남동풍이 불어와 장마전선을 만들어 한반도 상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한 해 내릴 비의 60% 이상을 뿌린다. 적도 인근 태평양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현상은 기후변화로 더욱 강해진다. 이로 인해 태풍은 더욱 사나워지는데 길목에 있는 한반도를 매년 몇 개씩은 빼놓지 않고 지나간다. 올해는 시베리아 폭염으로 북극의 냉기가 밀려 내려오는 ‘블로킹 현상’까지 겹쳐 장마가 50일을 넘겨 역대 최장 기록이다. 그런데 긴 장마에 엄청난 폭우까지 동반한 것은 ‘하늘 위의 아마존강’ 격인 대기천(大氣川·atmospheric river)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천은 ‘중위도 저기압의 따뜻한 지역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수증기가 이동하면서 생긴 가늘고 긴 수증기 통로’로 정의된다.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수직 단면적의 대기를 지나는 수증기의 양에 따라 ‘약함’에서 ‘예외’까지 5등급으로 구분된다. 지구 상공에는 3∼5개의 대기천이 수증기 순환을 위해 떠돌고 있는데 양이 많은 것은 지구촌 최장인 아마존강의 2배, 미국 미시시피강의 15배인 것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상공에 형성된 대기천은 폭이 563km, 길이는 2575km였다. 지난해 10월 일본 하코네에 태풍 하기비스가 시간당 900mm 이상을 쏟아낸 것도 태풍에 대기천이 꼬리처럼 붙어 동반 북상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태풍에 대기천 대비까지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한국도 여름철 남부 지역 강수량의 35% 이상은 대기천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더욱 자주 나타날 수 있어 ‘대기천 예보’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런 데다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남해 고흥 연안 지역 퇴적물로 과거 9000년 동안 집중호우 기록을 보니 3가지 주기 중 요즘이 1550년 주기와 780년 주기의 정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폭우 장마’가 계속된다는데 ‘천시(天時) 지리(地理)’ 조건이 불리하니 ‘인화(人和)’로 수해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주요기사

#아마존강#장마철#침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