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려 21번째… 투기꾼 뒤만 쫓아다니는 부동산정책

동아일보 입력 2020-06-18 00:00수정 2020-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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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부터 모든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내년부터는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키로 했다. 그동안 주택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줘왔던 법인 사업자가 오히려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매·임대 법인은 2017년 말 6만5000개에서 작년 말 8만2000개로 급증했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합동으로 내놓은 어제 대책에는 실수요자 등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내용도 많다.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면 6개월 내에 전입해야 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뒤 규제지역에서 3억 원 이상의 집을 사면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의 전세대출금을 회수한다. 당장 들어가 거주할 집이 아니면 ‘갭투자’ 등으로 사지 말라는 뜻이다.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대규모 사업부지 근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에서는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조합원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제지역은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대전과 청주까지로 넓혔다.

일부 대책들은 국민의 경제활동과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개인 사정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는 소유자들이 분양권을 못 받거나 아파트를 팔려고 해도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3억 원 이상의 집을 샀을 때 기존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것은 실수요자들까지 곤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현금 부자들에겐 신작로가 깔리고 대출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벌써 21번째다. 그때마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급등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뛰는 동안 투기꾼들은 날아다니고 있다. 이번에도 대책의 일부 내용이 미리 인터넷의 부동산 카페에 돌아다니고 규제지역에 추가된 청주의 중개업소들은 대책이 나오기 직전 투자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렇게 투기꾼 뒤만 쫓아다녀서야 어떻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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