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문화적 영향력[오늘과 내일/서정보]

서정보 문화부장 입력 2020-06-17 03:00수정 2020-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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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리더 RM 미술관 순례
팬들에게 문화 즐길 계기 마련
서정보 문화부장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선생님’은 국내 단색화의 대가인 이우환 화백을, ‘바람’은 이 화백이 주로 1980년대 그린 바람 시리즈를 뜻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은 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 그는 지난해 6월 부산 팬 미팅 전 짬을 내서 시립미술관 내 이우환공간을 관람한 뒤 사진과 함께 방명록에 글까지 남겼다. 이후 관람객이 4배 급증했다.

RM의 미술관 관람은 일회성이 아니다. 최근 서울 PKM갤러리에서 열린 단색화가 윤형근(1928∼2007) 회고전을 관람하고 사진을 올렸다. RM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윤형근 전시도 직접 보고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를 만난 미술계 인사들은 RM의 안목과 컬렉션의 수준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60대 미술계 인사는 RM의 작품 안목에 반해 RM은 물론 BTS 팬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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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다녀간 미술관을 순례하는 것을 팬들은 ‘RM투어’라고 한다. RM투어를 다녀온 팬들은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남준이가 다녀갔다고 하면 대부분의 전시를 가려고 하는데, 그래서 김환기 화백, 윤형근 화백, 데이비드 호크니, 제임스 진도 알게 됐고….”

“남준이 덕분에 예술에 대한 관심과 폭도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RM 덕에 뜻하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니 미술계에서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들의 영향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주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부각돼 왔다. 드라마 PPL 등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가 입는 것, 먹는 것, 하는 것 등을 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기부나 봉사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긍정적 사례도 있고, 좀 더 나아가 정치적 소신 등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영향력은 소홀히 다뤄졌다. 이 스타들이 넓게는 문화라는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류는 최근 확실히 마이너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 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은 75만여 명이 봤고 250억 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올렸다. 블랙핑크 등의 아이돌 그룹도 빌보드 차트와 스트리밍 음원 플랫폼의 순위권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국내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세계적 히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주류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는 한류의 중심에 선 스타들이 취미로 혹은 덕질 수준으로 국내 문화예술을 좋아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한류 스타로서 페이스북(1730만 명), 인스타그램(1660만 명), 트위터(300만 명), 웨이보(2850만 명)를 합쳐 팔로어만 6500만여 명에 달하는 이민호가 한국 미술, 연극·뮤지컬, 국악 중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SNS에 소개한다면?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다.

물론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RM처럼 꾸준히 흥미와 관심을 갖고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안목을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예술과의 친화는 스타 본인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좋다. 인기라는 큰 짐을 안고 사는 스타들에게 예술의 치유 능력은 분명 큰 역할을 한다. 배우 하정우는 그의 책에서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연기에 정진하도록 고무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BTS가 던지는 긍정적 메시지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아미’가 적지 않다.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큰 영향력을 가진다. 소속사의 이미지 관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스타들이 찾아냈으면 한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방탄소년단#문화적 영향력#미술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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