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할머니의 절규… 윤미향 사퇴하고 ‘피해자 중심’ 운동 거듭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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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해 “엄청나게 (의혹이) 나왔는데 검찰에서 꼭 죄를 물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를 거론하며 “한쪽 눈이 실명이었던 김 할머니를 (윤 당선자가)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해 먹고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것은 가짜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7일 첫 기자회견 직후 윤 당선자 측에서 이 할머니를 기억이 흐릿한 노인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어제 이 할머니는 과거 자신의 위안부 피해 행적과 그간의 활동 경위 등을 또렷하게 증언했다.

이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은 윤 당선자가 수십 년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이끌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절대적 명분을 무기로 우리 사회에서 성역처럼 군림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수요집회에 나온 어린 학생들이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모금함에 넣고 나비 배지를 팔아 후원금을 모은 것은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에 대한 공분의 발로였을 것이다.

이 할머니는 어제 향후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에 대해 “일본과 한국 학생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며 올바른 역사를 공부해 위안부 문제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며 “이건 천년만년이 가도 일본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가 강조한 것처럼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합당한 배상을 받기 위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은 마땅히 지속돼야 한다. 일본에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한일 학생들의 교류와 역사교육도 미래지향적으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위안부 운동의 썩은 부위를 모두 도려내야 한다. 윤 당선자의 횡령, 배임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윤 당선자는 비례대표 7번을 받아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국내 위안부 인권 운동의 대표 격으로 활동해 온 공로로 당선권 순번을 받았는데, 다름 아닌 그 활동을 둘러싸고 온갖 회계 문제점과 비리 의혹이 나온 만큼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국회의원 신분을 방어막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은 잘못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로 거듭나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정의연#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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