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데믹[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5-15 03:00수정 2020-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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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휴관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재개관하면서 선보인 전시가 ‘조선, 역병에 맞서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774년(영조 50년) 특별 과거시험 무과 합격자들의 초상화 3점인데 다들 천연두를 앓아 얽은 자국투성이다. 그해 합격자 18명 중 마맛자국을 지닌 이가 3명이었다니 확진자 비율이 무려 16.7%. 고대 이집트 미라에도 흔적을 남긴 천연두는 가장 오래된 역병이자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유일한 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의 박멸을 보고했다. 하지만 다른 역병들은 좀비처럼 죽는 법이 없다. 특정 지역에서 발발(outbreak)해 유행(epidemic)하다 여러 대륙으로 확산돼 대유행(pandemic)하거나, 끝난 듯하다가도 어느 지역에 토착화해 출몰(endemic)하다가 다시 대유행하기도 한다. 장티푸스 말라리아 지카 등이 대표적인 풍토병, 즉 엔데믹이다. 엔데믹은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고질병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19도 팬데믹을 지나 결국 엔데믹의 길을 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마이클 라이언 WHO 사무차장은 13일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엔데믹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00종이 넘는 백신이 개발 중이지만 “백신이 나와도 박멸할 순 없다”며 홍역을 예로 들었다. 백신 개발로 발병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2018년 한 해에 홍역 사망자가 14만 명이다. 백신이 개발돼도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까지는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에 따라 전면 봉쇄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역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웨덴의 ‘집단 면역’ 모델은 느슨한 봉쇄로 인구의 60%가 감염돼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백신 없이도 경제적인 무리 없이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치명률이 10%를 넘어 이미 3000명이 숨졌는데도 항체 보유자 비율은 면역률이 높은 편인 스톡홀름도 겨우 30%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비율이 높은 사회에서는 특히 더 위험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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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역의 핵심은 ‘청결한 환경’과 ‘환자를 상대할 때 등지도록 할 것’, 다시 말해 ‘거리 두기’였다. 지금도 가장 유효한 방역 대책이다. 엔데믹이 무서운 건 변종을 통해 우리 일상에 남아 있다 방심의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홍역처럼 국내에서 사라져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다시 유행할 수 있다. 항생제와 백신으로도 역병은 정복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전쟁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해야 할 환경인지 모른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세계보건기구#엔데믹#코로나19#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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