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국민고용보험, 공론화 앞서 재원 마련 등 충분히 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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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1일 한 세미나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는 선을 그었지만 “고용보험 밖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취업제도, 특수고용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도 “당장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과제”라고 했으나 당청이 ‘고용보험 울타리 밖 근로자의 실직 시 생계지원 강화’를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근로자의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일은 필요하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2770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절반 수준인 1370만 명으로, 나머지 1400만 명은 실직 상태가 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는 급히 저소득층 실업자에게 월 50만 원씩 3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임시 도입했지만 상시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난점이 재원 문제다. 현재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한다.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수시로 달라지는 특수형태 근로자와 프리랜서, 본인이 사용자이기도 한 자영업자는 본인이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거나 정부가 보조해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2012년부터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으나 작년 말 기준 가입자가 1만5000여 명으로 전체의 1%도 안 된다. 보험료 부담 등으로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임의가입으로는 효과가 없으니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자영업자들까지 고용보험을 의무화한 나라는 선진국에도 거의 없다.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실업부조를 도입할 경우에는 막대한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섣불리 공론화하기에 앞서 전문가와 실무진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강기정#이인영#실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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