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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항체검사와 면역여권[횡설수설/우경임]

입력 2020-04-28 03:00업데이트 2020-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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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은 미 전역에 분포한 메이저리그 27개 구단 선수와 직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시행했다. 손가락 끝을 콕 찔러 나온 피로 10분 안에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파악하는 전국 단위의 연구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도 참여했다.

▷항체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진단 검사와는 다르다. 증상 없이 또는 가볍게 앓고 지나가 항체가 생겼는지 알 수 있어 실제 감염자를 추정할 수 있다. ‘자유 아니면 코로나를 달라’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미국은 항체 검사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은 90개가 넘는 항체 검사 도구를 왕창 허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체 검사는 누가 훌륭하고 아름다운 면역력을 확보했는지 보여줘 미국인들을 일터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도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의 출구전략으로 광범위한 항체 검사를 선택했다. 항체를 가진 사람에게 ‘면역 여권(immunity passports)’을 발급하고 이동제한령에서 예외로 두겠다는 것. 이탈리아는 다음 달 15만 명, 영국은 연내 30만 명의 항체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 결과가 경제 재개 범위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항체 검사 결과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이 많은지를 짐작하게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헌혈된 혈액을 분석했더니 항체를 가진 사람 비율이 3%로 나타났다. 확진자 비율에 비해 17배나 높은 것이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는 확진자 비율보다 10배나 많은 13.9%의 항체 생성률을 보였다. 즉, 확진자보다 10배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면역 여권’ 발급에 거듭 부정적이다. 현재로선 완치 판정을 받았거나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반드시 재감염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다. 국내에서도 완치 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263명이다(25일 기준). 항체가 생겼더라도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에는 무력해 일회성 검사가 면역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역 여권이 경계심을 낮춰 재확산이 될까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우리 정부도 조만간 항체 검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초기부터 왕성하게 환자를 찾아냈기 때문에 기존 확진자와 실제 감염자 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항체 검사가 꼭 필요한지는 논란이 있지만 조용히 전파되는 코로나19의 정체를 밝히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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