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코로나 셧다운’할 건가”[오늘과 내일/박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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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백신 개발 전엔 위기 안 끝나
정교한 ‘사회적 거리 두기 2.0’ 준비해야

박용 뉴욕 특파원
박용 뉴욕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어 깊은 상처를 냈다. 학교 상점 등을 닫는 ‘셧다운’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활동을 일시 포기하는 극약 처방이었다. 소비 위축과 대량 실업은 불가피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다급한 마음에 ‘셧다운’ 명령을 내렸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대책은 한발씩 늦었다.

일부 대책은 역효과를 냈다. 연방정부가 실직자에게 기존 실업급여에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를 쥐여주겠다고 하자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돈을 받는 게 더 낫다”며 직원들을 거리낌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다.

낡은 실업급여 시스템은 폭주하는 실업자들의 문의와 신청을 처리하지 못했다. 1950년대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인 ‘코볼(COBOL)’로 코딩된 컴퓨터 시스템에 추가 실업급여 지원 기능을 반영해 업데이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코딩 전문가’의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정부는 실업급여 신청이 대거 쏟아진 뒤에야 부랴부랴 시스템을 보완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소득을 보전하고 소비를 살리기 위해 1인당 1200달러씩 현금을 쥐여주는 방안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써먹던 아이디어다. 위기 때 돈이 생긴다고 해서 막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시에도 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았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아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왕 돈을 쓸 거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보거나 생계가 막막해진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을 선별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나와야 하는 식료품점 종업원부터 버스 운전사 등 필수업종 종사자들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 ‘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도록 마스크, 보호장비 등을 의료진 다음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이 뉴욕 시애틀 뉴올리언스 샌프란시스코 등 4개 도시 시민들의 휴대전화 위치 변화를 분석해 보니 집 밖으로 나간 시민의 비율이 2월 26일 80%에서 이달 1일은 40∼60%로 떨어졌다.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참여율을 더 끌어올리려면 처벌과 벌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웃에 대한 배려 등 윤리적 가치를 통해 내재적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내거나 일상의 자유와 경제적 손실을 입는 사람을 골라내 보상하는 ‘긍정적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예컨대, 금융위기식의 ‘묻지 마 현금 지급’보다 ‘손목 안심밴드’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이행하는 사람들에게 손실을 보상해주는 방안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기업들을 보호하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거나 도산하지 않아야 공중보건 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경제 정상화를 위한 3단계 지침을 공개했다. 경제 활동을 재개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바이러스 재확산과 셧다운이 반복된다면 경기 침체의 골은 깊어지고 회복은 멀어진다. ‘포스트 셧다운’ 시대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교한 ‘사회적 거리 두기 2.0’ 대책이 없다면 ‘가을 셧다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인들의 요즘 걱정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코로나 셧다운#사회적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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