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정말 문제없는가?[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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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로 세입 정체되고 국민연금 고갈 전망은 앞당겨져
청년 농민 수당 등 각종 사업은 늘고
공무원 증원-공기업 수익 악화로 재정 부담
미래 세대 불행하게 하는 정책 바로잡아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부는 내년 예산을 금년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국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40% 미만으로 외국에 비해 낮아 예산 확대가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우리나라 재정은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단기간에는 현재 국가부채 비율이 낮아 괜찮을 것이나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지표를 보면 장기적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우선 각종 복지 지출을 증대시킬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금년 2분기에는 합계 출산율이 0.91명으로 떨어졌다. 혼인 건수도 금년 2분기에 작년보다 7.8% 감소했다.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이미 감소 추세다. 2040년 노인 인구 비중은 3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분의 1이 노인이다.

잠재 성장률도 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 등으로 현재 2% 수준에서 앞으로는 1% 수준으로 낮아져 세입 증가는 정체될 것이다. 고령화에 따라 특별한 조치가 없어도 복지 지출 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정부는 일자리 확대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무상급식, 무상보육, 노인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금년부터는 향후 2조 원이 소요되는 고교 무상교육이 확실한 재원대책도 없이 시작된다. 또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확대해 대규모 지역 사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 지출은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청년수당, 학비지원, 농민수당, 교복지원 등 각종 명목의 사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초연금 등 복지비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달리 한번 시작되면 중단하기가 어려워 지속적으로 재정 부담이 된다. 이미 내년 복지비는 전체 예산의 35%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가부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미래에 재정부담이 될 요인도 많이 있다. 국민연금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기금 고갈 전망이 2061년에서 2057년으로 당겨졌다. 기금이 고갈되면 기여금 부담이 현재의 9%에서 26%로 인상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 등을 의식해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 작년에 연금 개혁안이 나왔으나 1년 동안 진전이 없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이 기금 고갈 이후 재정지원이 시작된 것같이 국민연금도 결국은 재정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국민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재정지원 금액은 수십조 원 수준으로 막대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도 미래 재정지출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건강보험 지원 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2018년 7년 만의 1778억 원 적자에 이어 금년에도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 현재 20조 원의 적립금이 2026년경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상당 폭 인상해야 될 터인데 국민 부담을 고려해 크게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내년부터 국고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국고 지원은 고령화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 증원도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현 정부는 임기 중 공무원 17만 명을 증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공무원 인건비뿐만 아니라 연금 부담도 증대시킬 것이다. 공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공기업 평가 기준을 바꾸어 수익성 비중을 낮추고 사회 기여도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막대한 적자를 내는 공기업도 경영 개선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에 중점을 둔다. 2018년 공기업 정원도 11% 증가했다. 그 결과 339개 공공기관은 2016년 15조4000억 원의 흑자를 냈던 것이 2018년에는 1조1000억 원으로 급감하였다.

위에서 제시한 각종 요인들이 현실화되면 국가부채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 확보와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규제개혁 등 기업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들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부채만 늘리게 될 것이다. 국가부채는 미래 세대 부담이다. 미래 세대는 재정 포퓰리즘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정책 당국자들은 미래 세대를 불행하게 하는 역사적 잘못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국가부채#예산 확대#재정부담#복지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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