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돈 내라’ 비틀고, 北은 망발까지… 대화에 안달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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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어제부터 본격 시작됐다. 이번 훈련은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이란 명칭으로 20일까지 진행된다. 북한은 10일 단거리미사일 2발을 또 발사한 데 이어 어제 외무성 국장 담화를 내고 “군사연습을 걷어치우든지, 그럴싸한 해명이라도 하기 전엔 북남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 연합훈련에 대해 불평하며 ‘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합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군의 주도 능력을 처음으로 검증하는 훈련이다. 그런데도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메시지들 속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길길이 뛰고, 미국은 그런 몽니를 달래고, 한국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당초 ‘19-2 동맹’이 유력하던 그 명칭마저 북한이 반발하자 별 대안을 찾지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연습(CPX)’이란 보통명사를 아예 간판으로 내놓았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앞두고 보름여 동안 무려 다섯 차례의 단거리 도발을 감행했다. 진작 재개했어야 할 북-미 실무협상과 연계해 미국을 압박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이해한다는 듯 “나도 터무니없고 돈 많이 드는 훈련을 결코 좋아한 적이 없다. 우리가 비용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거듭 돈 타령을 했다. 동맹을 위협하는 북한을 탓하기는커녕 은근히 북한의 도발을 이용해 한국에서 돈을 더 받아내겠다며 손목을 비트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재선 캠페인 모금행사에서는 “(어린 시절)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의 돈을 받아내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거친 협상 스타일에 어떻게 굴복했는지 문 대통령 억양까지 흉내 냈다고 한다. 동맹국 국가 원수에 대한 기본적 예의조차 잊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언행은 국제외교에서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한술 더 떴다. 어제 담화에선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시험이라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내세워 한국을 겨눴다. “×을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악취가 안 나느냐”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라고 망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 해도 철저히 조미 사이에 하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다”며 ‘통미배남(通美排南·미국과 대화하며 한국은 배제)’을 노골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라면 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협상도 머지않아 재개될 것이다. 이번 훈련은 어느덧 실전훈련 아닌 도상(圖上)연습이 됐고 앞으론 그마저 중단될 수 있다. 북한은 신형 탄도미사일과 대구경방사포에 새로운 지대지 전술미사일까지, 한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3종 세트를 선보였다. 미국의 용인까지 받았다. 얻을 것은 다 얻은 셈이다. 그 와중에 우리 정부는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대화 재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한국은 한낱 불청객 구경꾼이 되고 말지 모른다.
#트럼프#김정은#통미배남#북미협상#신형 탄도미사일#한미 연합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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