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직장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장문화 ‘新예기’ 써나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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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런 행위로 피해를 당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이를 반드시 조사해야 하고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기업들은 입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이 ‘적정 범위’ 등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사의 언행 모두가 자칫 그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내 소통을 어렵게 하거나 과잉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제 노사 모두 전향적 자세로 새로운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 지난해만 해도 간호사 ‘태움’ 사태 등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괴롭힘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의 성과주의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상명하복 문화가 결합된 것이 그 원인이란 점에서 이제 입법을 통해서라도 기업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사내 괴롭힘은 기업 생산성 하락 등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201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이로 인한 인건비 손실 비용이 4조7835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우리 기업의 외형은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한 데 비해 내부 문화는 더디게 발전하다 보니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가족 문화가 과거 대가족 중심, 가부장제 문화를 벗기 시작했듯이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는 새로운 직장 문화가 업무수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하 간, 부서 간 최소한의 긴장관계와 충돌하면서 갈등과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런 진통을 함께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기업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직장 문화도 사회 변화를 반영한 신(新)예기를 다시 써야 한다.
#신예기#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 내 괴롭힘#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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