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교권침해 행위는 지난 5년간 2만3576건에 달한다. 이 중 학생의 폭언 욕설이 1만4775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464건(2%), 학생의 폭행 461건(1.9%), 교사에 대한 학생의 성희롱 459건(1.9%) 등도 있었다. 얼마 전 제주도의 한 초교에서 학부모가 1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100여 건의 민원을 제기해 학사 운영을 방해한 일도 있었다.
교권침해가 이렇게 심각하다 보니 교사가 학생에게 욕을 들으면 300만 원을 보상하는 교권침해보험이 생겨 1500명 이상의 교사가 가입했다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고충을 호소할 길이 없다. 교육당국은 오히려 교사에게 책임을 돌려 불편하게 할 뿐이고 사법당국에 신고했다가는 더 큰 망신만 당할 판이다. 교직을 그만두지 못하는 한 참는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최고의 예우로 스승을 존경해 왔다. 한국은 교사의 권위가 살아있는 교육으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10대 대국의 반열에 오르는 민족중흥의 대역사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신화는 역설적이게도 민주화 교육, 평준화 교육의 확대와 더불어 붕괴되기 시작했다. 과거의 악습이었던 권위주의를 청산하면서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되는 교사의 권위를 함께 던져 버렸다. 우리 교육은 오로지 학생과 학부모를 정치세력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포퓰리즘 교육정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학생, 학부모와 충돌하지 않으려고, 안 보고 안 들으려고 학생들을 피해 다니는 교사들이 많다. 학생을 피해 다니는 교사에게 권위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곧 학생과 교사는 있어도 교육은 없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교사들이 가르칠 수 없는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
학생, 학부모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매년 명예퇴직 러시를 이룬다. 올해도 상반기(1∼6월)에만 명퇴를 신청한 교원이 6309명이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교사들의 교직관 조사에서 “교직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들이 한국이 가장 많았다. 이런 사실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권침해보험은 피해 교사의 상처 난 마음에 어느 정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명퇴한 교사들의 빈자리는 신규 교사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땅에 떨어진 교권은 회복되지 않았고, 상실된 교사의 권위는 아직 실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존경받을수록 교육성과는 올라간다는 건 이미 많은 현장 연구에서 밝혀졌다. 교사의 권위 상실로 연유된 우리 학교 교육의 위기는 상실된 그 교사의 권위를 다시 바로 세워야만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 당국이 학교를 하부기관으로 보는 권위주의와 학생, 학부모의 환심만 얻으려는 포퓰리즘 교육정책을 재고하고, 교사 존중 풍토를 구현하는 것만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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