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신재생에너지의 ‘적’은 원자력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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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국가적 전력 수급 문제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 문제에 있어 큰 축을 차지한다. 최근의 전력 생산에 대한 담론을 들어보면 석탄화력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 동감하고 있다. 다만 대안이 원자력이 돼야 하는지, 재생에너지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러한 토론은 여러 가지 전력 생산 방식의 장단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보다 막연한 두려움 혹은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바탕으로 ‘모 아니면 도’ 식의 편향된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예를 보면 특정 전력 생산 방식 어느 하나에만 의지해 국가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가진 모든 옵션을 이용해 사회가 목표로 하는 대기오염 유발 물질 저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가장 경제적으로 달성시킬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70년 이상 대기오염 문제의 해결, 그리고 20년 이상 지구온난화 문제의 접근을 염두에 두고 전력 수급 정책을 조절해온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수급 방식을 참고하면 우리가 답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직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탄과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 비율이 캘리포니아주에 비해 매우 높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미 전역에서는 천연가스발전이 석탄화력을 뛰어넘는 발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해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의 배출이 확연히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 또한 적은 편이다. 이면에는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또한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석탄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싼 전력 생산 방식이기에 천연가스발전으로 인해 일정 부분 오르게 되는 전력 생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대한 토의가 필요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전구물질(어떤 물질이 합성될 때 재료가 되는 물질) 배출이 없는 전력 생산 방식을 원하므로 원자력이나 신재생을 두고 토론이 벌어진다. 아무리 원자력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원자력이 가진 안전 및 폐기물 문제를 무시하긴 어렵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사람 역시 원자력이 가진 안정적이고 청정한 전력 방식의 장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선택함으로 인한 전력 생산 비용에 대해서는 토론이 많지 않다.

전력 수급의 70%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프랑스에서도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전 세계 전력 수급 통계를 보면 신재생 전력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원자력 전력 생산은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라는 목표로 시작된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화석연료에 의한 전력 생산을 줄이는 게 아니라 원자력에 의한 전력 생산을 줄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이유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버락 오바마 정부의 초대 에너지장관이었던 스티븐 추 박사는 신재생발전의 ‘전력 저장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을 줄이는 정책에 강하게 비판했다. 태양광발전 방식은 흐린 날이나 밤과 같이 전력 생산이 안 되는 시간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 저장 시설’, 즉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배터리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전체가 재생에너지에 의존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약 280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릴 정도다. 신재생에너지의 한계가 명확한 셈이다.

최근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서는 앞으로 수년 안에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하면 인류의 앞날이 어둡다고 경고할 만큼 다급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섣부른 배제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증가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수급 문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감정적인 편견을 억누르고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타협해야 할 문제인 것이 자명하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재생에너지#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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