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은중]부끄러운 일을 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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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중 한국작가회의 회원
박은중 한국작가회의 회원
사회 곳곳에서, 그것도 소위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저지른 각종 성폭력이 공개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명성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버젓이 불의를 저지르면서 불의를 바로잡는 일을 하노라며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타인의 상처로 쾌락을 누리면서 멋진 말로 타인의 상처를 위로하며, 타인의 수치심을 더듬던 바로 그 손으로 그럴듯한 연민의 글을 쓰는 모습에 씁쓸해진다.

각계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저렇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결코 시민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거나, 시민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자들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두려워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양심을 두려워하며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한계 때문에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여러 가지 옳지 못한 생각을 품을 수는 있다. 그러기에 사람의 인성이 형성되어 가는 중요한 시기인 유년기부터 자제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성 평등 의식을 배양하는 교육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습적인 성추행 의혹을 받는 모 인사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진실은 당사자와 목격자들이 알겠지만, 한 가지만은 언급하고 싶다. 세상은, 본인에게 부끄러운 일을 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오랜 세월 상처와 수치로 남을 일을 했느냐고 묻는 것이다.
 
박은중 한국작가회의 회원
#사회 지도층 인사 성폭력#자제력#공감 능력#성평등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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