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의 썰매가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트랙을 금색으로 물들였다. 윤성빈과 7000여 관중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함께 환호했다.
하지만 단 한 팀은 축배를 아껴뒀다. 그들은 관중 안내와 통제를 담당하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베뉴운영국 이벤트서비스팀이다. 설 명절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평창에 모인 이벤트서비스팀은 모든 관중이 안전하고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칼바람이 부는 산 중턱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어주며 한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관중이 경기장을 떠날 때 텅 빈 경기장에서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쳤다.
슬라이딩센터는 유독 혹독한 추위로 악평이 난 곳이다. 게다가 산꼭대기부터 내려오는 트랙의 커브 때문에 입장 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좌석까지 가파른 경사를 30분 이상 직접 걸어 올라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진행되는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경기 등은 부상 위험이 크고 사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올림픽 대회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고 없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평창에 도착했을 때 경기장은 오로지 트랙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무실마저도 텅 빈 컨테이너 하나였던 이곳에서 20대 청년 20여 명은 의자와 책상을 나르며 편안한 관람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크고 작은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화려한 2월의 개막을 위해 맨발과 맨손으로 슬라이딩센터를 뛴 숨은 국가대표들인 셈이다.
조용하던 산골 마을이 낮에도 밤에도 연신 축제 분위기다. 이런 모든 이의 환호 뒤에는 경기장마다 소리 없이 몸을 날리는 운영 인력과 자원봉사자가 있다. 아직 1주일 이상 시간이 남았지만 마지막까지 안전하고 즐거운 경기를 이끌어 성공적으로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 막을 내렸을 때, 땀 흘린 숨은 그림자 주역에게도 전 국민이 박수를 보내주기를 기대해 본다. 엄청난 인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경기를 마치게끔 해준 자원봉사자 모두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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