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강남훈]신재생에너지 활성화하려면 전력거래 독점체제 끝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3시 00분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최근 세계은행(WB)이 각국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비교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111개 국가의 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접근성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 에너지효율 부문은 미국과 덴마크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였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에너지효율 부문에서 5위,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25위에 오르며 종합순위 11위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효율 부문에서는 한국에너지공단을 에너지효율 전담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과 공공부문 에너지 정책, 에너지효율 등급제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개발, 이용, 보급을 위한 제도를 갖추고 민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소유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공급자의 효율성 개선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48개 지역에서는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에너지 공급자의 투자를 의무화하는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26개 주에서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제도를 도입한 주는 연간 에너지 판매량의 1.2%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은 효율 향상 투자 정책을 10년 이상 운영해 왔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회원국의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화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공급자를 대상으로 ‘한국형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자유롭게 팔 수 있는 전력시장 조성도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 발전·소매 등 전력산업의 전 부문을 민간에 열었다. 일본도 최근 전력과 가스 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한국은 민간의 발전 부문 참여는 허용하고 있지만 송·배전과 판매는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거래, 보급 활성화와 가상발전소(다양한 분산 발전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유연성 있는 전력 거래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빠른 입법 조치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주체가 제3자에게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추구하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에너지 전 분야에 적용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한 에너지 사회의 조성을 위해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진단하고 개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실현해 나갈 때이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세계은행#wb#신재생에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