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獨 메르켈의 “과거사 직시” 충고, 日 아베를 떨게 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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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어제 일본 아사히신문사를 방문해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일본이 역사문제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독일의 경험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아베 신조 총리에게 과거사를 직시하라고 충고한 것이다. 그는 어제 저녁 아베 총리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과거의 정리가 화해의 전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의 지지통신은 “일본이 한국,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메르켈 총리가 찾은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부의 과거사 부정과 군위안부 강제동원 부인(否認) 등 잘못된 역사인식을 일관되게 비판해 아베 총리로부터 “아베 정권 타도를 사시(社是)로 하는 신문”이라는 비난까지 받은 바 있다. 아사히신문을 방문함으로써 메르켈 총리는 아사히신문의 양심적인 보도를 평가하고 아베 총리의 반성을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사전 조율 등을 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아베 총리가 불쾌하게 여길 발언을 외교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그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본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런 의연한 행동 때문에 독일과 지도자들이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는다.

1954년에 태어난 아베 총리는 일제의 전쟁 범죄에서 자유로운 전후(戰後) 세대인데도 시대착오적인 과거사 부인에 집착하고 있다. 작년 4월 그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독일의 화해와 사과 방식을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하고 처벌하는 ‘독일식 과거사 정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유럽의 최대 과제인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사과가 촉진됐다”고 말했으나 잘못된 인식이다. 유럽 통합은 독일의 선제적인 과거 청산을 통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독일과는 반대로 동북아시아에서 화해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마다 갈등을 일으켰다.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아베 총리가 8월 패전일을 맞아 내놓을 성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을 향해 “역사적인 진실을 인정하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제안은 아베 총리가 잡아야 할 기회다.
#메르켈 총리#아사히신문#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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