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세빛둥둥섬(현 세빛섬)을 조성하면서 세금을 낭비했다며 대한변호사협회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한변협 산하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는 2013년 2월 “사업자 책임으로 사업이 중단되어도 서울시가 채무를 부담하도록 협약하고 SH공사가 설립 목적 이외의 수익사업에 출자하도록 했다”며 수사를 요청했었다.
오 전 시장을 고발한 대한변협 특별위원회는 신영무 전 변협 회장의 임기 말에 생겨 위철환 전 회장 체제에서 두 차례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슬그머니 해체됐다. 이 위원회가 지자체 세금 낭비 사례로 처음 고발해 관심을 끈 것이 세빛섬이다. 그러나 세빛섬은 기업이 스스로 조달한 자금으로 건설하고 운영한 뒤 정부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조성된 사업이다. 전형적인 민간투자 사업에 대해 세금 낭비를 걸어 수사를 요청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세빛섬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이 사업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세빛섬은 박 시장 취임 한 달 전에 준공됐으나 박 시장이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개장이 연기되어 준공 3년여 만인 지난해 10월에야 개장됐다. 지금 와서 보면 세금을 낭비한 쪽은 세빛섬을 ‘흉물’로 취급해 한강 위에 수년간 방치한 박 시장이 아닌가 싶다. 서울 시정에서 오 전 시장의 공과가 있겠지만 그가 추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경우 동대문 일대의 명물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결정한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을 수는 있으나 법적 고소 고발까지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다른 단체도 아닌 변호사단체가 고발했다. 이번 무혐의 처분에 대해 대한변협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정책 결정을 문제 삼아 수사나 법정으로 몰고 가는 일이 자주 빚어지면 공직자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는 무사안일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새로 취임한 지자체장은 전임자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명백한 잘못이 없는 한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행정의 연속성이 유지될 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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