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국정원 어두운 과거와 절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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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2년 대통령 선거 개입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징역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1심에선 국가정보원법의 정치 개입 금지 의무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가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할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을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을 국정원은 개혁의 좌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1, 2심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의 심리전단에 인터넷 정치성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것이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점에선 동일하게 판단했다. 다만 1심에선 트윗 수가 대선 직전 오히려 감소한 점 등을 들어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2012년 8월 20일을 분수령으로 정치 개입에서 선거운동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안철수 후보 사퇴 뒤 문재인 후보 비난 댓글이 늘어나는 등 사이버 활동이 이뤄진 시점과 상황, 활동 규모 등을 고려하면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킬 목적이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며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 2심의 법리 판단이 달라진 만큼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이고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된 2심 판결에 대해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은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국정원은 관권 개입 선거를 주도한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이 악습이 ‘원세훈의 국정원’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는 행위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선진국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활동을 한 사례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국정원은 2심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북 정보 활동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국내 정치와는 완벽하게 절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2013년 이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에 악용했다”라고 비판해 ‘대선 불복’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어제는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이버 활동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대선의 당락을 가를 정도였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다수 국민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국정원#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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