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 10개 업체가 지난주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행사를 열어 사상 최고 하루 거래액을 기록했다. 11번가는 순간 트래픽이 전주보다 8배 이상 올라 올해 최고의 하루 거래액, 최고의 트래픽 기록을 갈아 치웠고 롯데닷컴도 매출이 전주 대비 87% 늘었다. 그러나 업체들의 대대적 홍보와 달리 할인율이 높은 상품은 많지 않아 “소비자를 속였다”는 비난이 거세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로, 연중 최대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날이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미국 유통업체들은 50∼90% 할인 상품을 대거 방출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1년간 찍어두었던 제품을 이때 장만할 정도다.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직접구매(직구)하면 관세를 포함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30% 정도 싸게 살 수 있어 지난해 4만여 건의 해외 직구가 올해는 8만여 건으로 늘었다.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는 해외로 쏠리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대한민국이 반값 되는 날’이란 문구를 내걸고 12일 하루 주요 인기 품목을 50∼70% 할인 판매한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정작 반값에 판다던 캐나다구스는 36벌, 아이폰6는 48대가 전부였다. 셀린 트리오백과 루이뷔통 클러치백은 반값에 판다고 해놓고 매 시간 1개 상품만 반값 행사를 실시했다.
SK플래닛 11번가, H몰, 롯데닷컴, CJ몰 등 대기업 계열사인 유통업체의 말만 믿고 ‘광클(광적인 클릭)’했던 소비자들은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뚤어진 상술”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 직구족들이 해외로 몰리자 업체들은 “공인인증서 액티브X 같은 규제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 운영이 어렵다”고 불평했지만 이제보니 양심 불량 인터넷 쇼핑몰이 더 문제다. 업체들은 내년에도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열겠다지만 두 번 속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대대적 홍보 아닌 대대적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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