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론과 비판에 귀 막은 ‘不通 인사’ 박준우 이광구 김상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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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재단 이사장에 내정된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9월 재단 관계자와 만나 “이것은 김기춘 비서실장 일이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일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사에 힘을 싣기 위해 대통령을 거론했겠지만 이렇게 비(非)정무적 발언을 하니 재임 내내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종재단은 외교부에 등록된 재단법인이어서 이사장 임명에 외교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연구소인 것은 분명하다. 박 전 수석의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민간연구소 이사장 자리까지 콕 찍어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지난 주말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이광구 부행장을 회의 1시간 만에 차기 행장후보로 만장일치 의견을 모았다. 행추위 소집 훨씬 전에 나돌던 청와대 사전 내정설 그대로다.

통상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추천위에서 복수의 후보를 올리면 정부가 이 중 한 명을 낙점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했다. 행추위가 1차 회의를 열기 전에 금융당국이 이순우 행장을 차기 행장후보 1순위로 청와대에 올렸고,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청와대가 행장후보로 이 부행장을 찍어 금융당국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행장 선임에 금융위가 개입하거나 청와대 뜻을 전달한 바가 없다”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국회 답변은 말짱 거짓말이었다는 얘기다.

5일 박 대통령은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같은 한양대 출신인 김 수석은 저서에서 북한 핵을 약소국이 추구하는 비장의 무기로 옹호하고 미국의 9·11사태를 폭력적인 미국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해 편향성 논란을 빚었다. 새누리당조차 사퇴를 촉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었다.

과거 정부는 언론에서 비판을 하면 내정을 철회하기도 했는데 현 정부는 개의치 않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연구소까지,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 같지도 않은 인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비선 인사’라는 의혹과 ‘불통(不通) 정부’라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박준우#이광구#김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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