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북과 환경운동연합의 ‘쓰레기 공조’

방형남논설위원 입력 2014-11-03 03:00수정 2014-11-0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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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대북 전단(삐라)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와중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삐라 날리기를 주도하는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로 규정하고 탈북자 가운데 주요 인사에 대한 각개격파에 나섰다. 이에 호응하듯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삐라 살포가 ‘쓰레기 불법 투기’라며 경찰에 단속을 요청했다. 북한 정권과 남한의 환경단체가 삐라 살포를 막기 위해 ‘쓰레기 공조’를 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른바 ‘조국통일연구원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는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이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강행하는 삐라 살포는 조직적인 범죄이고 고의적인 전쟁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백서는 삐라 살포와 북한 정권 비판에 앞장서는 탈북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국을 반역하고 도주한 죄도 모자라 반(反)공화국 모략 소동의 돌격대, 나팔수로 나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북한이 ‘인간쓰레기’ 공세에 나선 이틀 뒤 경찰청 사이버민원실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이 ‘쓰레기 불법 투기’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단체들이 수만 장에서 수십만 장에 이르는 인쇄물과 라디오, 지폐 등을 공중에 살포하는 것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할 자는 당신들이다’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게재하고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을 빙자한 정치운동 집단”이라고 질타했다.

▷박상학 대표는 2일 현재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환경운동연합이 무슨 쓰레기 타령이냐”며 어이없어했다. 황당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주민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리는 일을 쓰레기 투기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참으로 기막힌 발상이다. 환경운동연합이 벌였던 환경과 생명운동이 이런 식의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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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대북 전단#삐라#환경운동연합#조국통일연구원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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