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수창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없다면 왜 신분 속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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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제주지검장이 이달 12일 밤 제주시 중앙로 제주소방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김 지검장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신원 확인을 하려 하자 동생 이름을 댔다. 지문 조회 결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댄 사실이 들통 나자 뒤늦게 본인 이름을 댔지만 신분은 끝내 숨겼다.

그는 음란 행위를 한 사람의 옷차림과 자신의 옷차림이 비슷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고한 여고생은 음란 행위를 한 사람으로 김 지검장을 지목했지만 아직은 그가 음란 행위자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목격한 여고생도 “옷차림이 맞는 것 같다”고만 말했다. 경찰은 음란 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좀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혐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경찰에서 보인 행태에는 문제가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둘러댄 것은 수사방해 행위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무겁게 처벌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그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망신당할 수 있고 검찰 조직에 누가 될 수 있어 그랬다”고 해명했으나 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검찰에 누가 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신분을 숨김으로써 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체포 당시 그는 술에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검사로 임관된 지 21년이나 된 그의 판단과 상황 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평검사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가 11시간 만에 풀려난 사례는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대검 감찰본부장을 제주로 보내 확인 조사를 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중인 만큼 감찰 조사는 나중에 하는 게 맞다. 김 검사장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그를 제주지검장직에서 일단 물러나게 해야 한다. 경찰이 제주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그가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면 수사가 위축될 수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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