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행복한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웨인 티보,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자, 1963년
웨인 티보,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자, 1963년
미국의 화가 웨인 티보의 그림은 관객의 눈과 혀를 유혹한다. 젊은 여자가 혼자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이 작품에는 미각을 자극하는 웨인 티보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왜 아이스크림을 그림의 소재로 선택했을까? 현대인들이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아이스크림이 특권층만 맛볼 수 있는 사치품이었지만 지금은 보통사람도 즐길 수 있는 인기 소비상품이 되었다. 현대인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한편 대중의 꿈과 욕망을 아이스크림에 투영했다.

그림 속 여자에게 아이스크림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의미한다. 아이스크림이 왜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는 미국 작가 로라 B 와이스의 ‘아이스크림의 지구사’를 읽으면 알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옛 추억을 되살리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아이스크림 장수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어린 시절, 생일이나 축제 같은 특별하고도 소중한 날이 떠오른다. 아이스크림이 가진 다양한 매력 중의 하나는 달콤한 얼음과자를 보기만 해도 아무 근심걱정 없던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편안한 자세로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여자의 마음으로 이 그림을 감상하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한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때 이른 무더위를 핑계 삼아 얼음처럼 차가우면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황홀한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철학자 볼테르도 “아이스크림은 법으로 금지된 식품이 아니라는 게 안타까울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고 감탄했다니 말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웨인 티보#아이스크림#대량생산#대량소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