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조7000억 주식 쥔 채 서울시장 출마하는 정몽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어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깜짝 발표’로 다소 맥이 빠졌다. 서울시장 선거가 당초 예상되던 3자 구도에서 박원순 시장 대 새누리당 후보의 양자 구도로 치러지게 돼 정 의원으로서는 복병을 만난 셈이 됐다.

출사표에서 그는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며 서민적 이미지의 박 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1조7000억 원대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부자 이미지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정 의원은 시장 후보의 재산이 얼마나 많으냐보다 ‘정치력 있는’ 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서민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권력까지 갖는 것을 우리 국민은 썩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 의원은 2008년 당 대표 경선 토론회 때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한 70원 되나”라고 답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요금은 1000원이었다.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정 의원은 새누리당 경쟁자들에게 앞선다. 박 시장과 양자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추세다.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까지 밝힌 정 의원은 주식 문제에 대해 백지신탁 등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에 있는 대로 할 생각”이라고 가볍게 언급할 것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결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손에 떡을 쥔 채 손익을 따지는 모습을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는다.

정 의원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직접 나서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7선 의원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리더십을 보였지만 행정가로서의 역량은 검증된 바 없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선거 전날 돌연 지지를 철회한 과정은 국민의 뇌리 속에 부정적으로 남아 있다.

정 의원이 강조했듯 서울의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서울시장 후보자는 서울이 다른 글로벌 도시보다 더 살기 좋고, 안전하며,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실천 가능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정 의원은 정치 인생을 건 특단의 정책과 비전으로 당원과 시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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