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어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의 신당 창당 ‘깜짝 발표’로 다소 맥이 빠졌다. 서울시장 선거가 당초 예상되던 3자 구도에서 박원순 시장 대 새누리당 후보의 양자 구도로 치러지게 돼 정 의원으로서는 복병을 만난 셈이 됐다.
출사표에서 그는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서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며 서민적 이미지의 박 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1조7000억 원대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부자 이미지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정 의원은 시장 후보의 재산이 얼마나 많으냐보다 ‘정치력 있는’ 시장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서민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권력까지 갖는 것을 우리 국민은 썩 흔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 의원은 2008년 당 대표 경선 토론회 때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한 70원 되나”라고 답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요금은 1000원이었다.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정 의원은 새누리당 경쟁자들에게 앞선다. 박 시장과 양자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추세다.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까지 밝힌 정 의원은 주식 문제에 대해 백지신탁 등을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에 있는 대로 할 생각”이라고 가볍게 언급할 것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결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손에 떡을 쥔 채 손익을 따지는 모습을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는다.
정 의원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직접 나서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7선 의원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리더십을 보였지만 행정가로서의 역량은 검증된 바 없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선거 전날 돌연 지지를 철회한 과정은 국민의 뇌리 속에 부정적으로 남아 있다.
정 의원이 강조했듯 서울의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서울시장 후보자는 서울이 다른 글로벌 도시보다 더 살기 좋고, 안전하며,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실천 가능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정 의원은 정치 인생을 건 특단의 정책과 비전으로 당원과 시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