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놓고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 계획대로 올해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층에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이달 중에는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7월 시행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기초연금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노인층의 실망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이 법안은 “부자 노인에게까지 연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우려도 컸다. 당정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수정해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만∼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체 노인에게 20만 원 일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안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당초 공약에서 후퇴한 것도 맞다. 박 대통령은 재정 여건이 허용하는 대로 지급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가 할 일은 최적의 절충안을 도출해내는 일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기초연금 불발’로 몰고 가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여당은 “야당이 발목을 잡아 어르신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고 공격하고 야당은 “여당이 공약을 파기했다”고 비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인에 대한 배려는 없고 선거에서 표만 따지는 계산만 있다.
기초연금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은 나쁘다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돈이다. 상대방 방안을 매도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여야는 끝장 토론이라도 벌여 기초연금법안에 합의해야 한다. 여당이 국민연금 연계를 포기하면 야당이 전체 노인에 대한 지급을 양보하는 식으로 ‘빅딜’을 모색해 봄직하다. 다만 예산이 수직상승하는 것을 막는 장치는 필요하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인 45%다. 이대로 간다면 ‘불효 국회’ 소리가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