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기밀을 찌라시에서 봤다는 김무성 의원의 둘러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그제 검찰에 출석해 9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김 의원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록을 국가정보원이 공개하기에 앞서 미리 보고 공개한 혐의로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김 의원은 대선을 닷새 남겨 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노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남측에서는 이것(NLL)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6개월 뒤 공개된 대화록에는 김 의원이 말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담겨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나온 김 의원은 “찌라시(사설 정보지)의 내용을 옆의 사람들이 파악해 보니 사실인 것 같다는 보고서 형태의 문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2급 비밀인 대화록 내용이 사설 정보지에 실려 있었다니 해명치고는 궁색하다. 더욱이 김 의원은 당내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대화록을 다 읽어봤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의 ‘찌라시 주장’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6월의 해명과도 다르다. 그때는 “정문헌 의원의 구두 설명과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서 한 발언들을 종합해 만든 문건을 봤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처음 문제 제기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화록에 그런 발언은 없었다. 잘못된 정 의원의 말을 근거로 정확한 대화록을 복원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 앞서 “지난해 대선은 전적으로 제 책임하에 치러졌으니 만약 선거에 문제가 있다면 모두 제 책임”이라고 밝힌 만큼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국가 기밀이 새어나가 대선에 이용됐다는 의혹은 대화록 실종 사건 못지않게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검찰도 시시비비를 밝혀 1년째 이어지는 ‘대선 정쟁’을 종식시킬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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