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특구 외자 유치하려면 개성공단 국제화부터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북한이 15억9000만 달러(약 1조6800억 원)의 외자를 유치해 13, 14개의 개발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수출가공, 농업, 관광 등 분야별 개발구를 사회기반시설이 비교적 나은 지역에 분산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3차에 걸친 실험으로 핵무기를 손에 넣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난 해결과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의 지도자가 된 뒤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지난해 개별 공장과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수출입을 결정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한 6·28 경제개선관리조치를 내놓았다. 5월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각 시도에 경제특구 설치를 뼈대로 하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외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나진-선봉지구는 사실상 폐쇄 상태이고 16일 평양에서 연 경제특구 개발 국제심포지엄도 해외 투자자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북한이 주창하는 ‘핵과 경제개발 병진(竝進)노선’으로는 외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3중, 4중의 제재를 받고 있는 최악의 ‘불량국가’에 선뜻 투자할 자본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남북 합의를 어기고 130일 이상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킨 것도 전 세계에 나쁜 인상을 줬다.

북한이 이달 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단 49명의 개성공단 현지 국감을 허용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의 물꼬를 트고 특구의 투자 유치 분위기도 조성해 보려는 복안일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시키고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금강산과 특구에도 볕이 들 것이다.

북한이 월북했던 우리 국민 6명을 자진 송환한 것은 긍정적 태도로 보인다. 하지만 첫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방북을 불허한 것은 속 좁은 처사다. 조 의원은 “북한이 나의 방북을 허용했더라면 자신들이 변했고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집단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조 의원은 북한엔 배신자일지 몰라도 거부해서는 안 되는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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