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곽영길]한반도 상공의 ‘전천후 파수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곽영길 한국항공대 항공전자공학과 교수
곽영길 한국항공대 항공전자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최초로 영상 레이더(SAR·Synthetic Aperture Radar)를 탑재한 아리랑 5호 위성이 지난달 22일 밤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한 레이더 위성은 현재 지상 550km의 상공을 하루에 15바퀴씩 돌면서 한반도 상공을 지나고 있다. SAR는 밤낮 관계없이 전자파가 구름을 뚫고 지표면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반사 신호를 처리하여 전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첨단 레이더 기술이다. 광학 카메라처럼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없고, 궤도 진입 후 최소 6개월 이상 레이더의 동작 상태를 검증하고 보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몇 달 후에 우리가 정상적으로 레이더 영상 사진을 받아 볼 수 있다면, 이제 우리도 세계에서 열 번째로 레이더 위성 보유국이 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계절별 기상변화가 심하고, 연중 60% 이상 구름이나 해무(海霧)가 끼어 있다. 우리가 레이더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사실상 기상에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북한의 동향이나 한반도 주변 일본 및 중국 어선의 해상 불법 조업 상황 등을 살필 수 있는 전천후 파수꾼을 갖게 되는 셈이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전천후 SAR 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으로 인한 악천후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자연재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카메라 위성만으로는 상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찍이 고난도의 위성 SAR 핵심 설계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1990년대 중반 해외 기술 협력을 추진했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기약 없이 중단됐다. 이번에 발사한 아리랑 5호 위성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2005년에야 다시 착수하게 됐지만 해외 발사체 문제 등으로 다시 2년 이상 지연되어 결국 착수 후 8년 만에야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리랑 5호에 실린 SAR 탑재체는 촉박한 발사 일정으로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하여 장착된 것이다. 더구나 5호 위성 발사가 지연되고 보니 결국 국내 자체 개발을 위한 기술기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후속 위성인 아리랑 6호 SAR 위성 사업에 착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성 사업은 크게 위성체와 탑재체, 발사체와 지상체로 구분한다. 그중에서 위성 탑재체는 인공으로 만든 전자 눈과 같다. 그동안 우리 위성 사업은 대부분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구조물인 위성체 개발에 주력했고, 탑재체와 발사체는 모두 외국에 의존했다.

최근 한국형 발사체 조기 개발 사업에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 탑재체는 위성의 임무 성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위성 전체 가격의 50%의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자체 개발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아리랑 3A의 적외선 카메라나 천리안 후속 위성의 해양 및 기상 탑재체들도 모두 외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모두 외국에 지불하면서 기술 이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위성개발계획에서 핵심적인 임무 탑재체에 대한 자체 기술 개발이 포함되지 않으면, 우리는 위성을 보유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위성 사업은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미래창조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입지를 살려서, 위성의 임무를 결정하는 탑재체 기술 개발에 국가적인 투자를 하고 우수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여 균형 있고 효율적인 국가 우주개발 사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항공전자공학과 교수
#아리랑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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