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광화]국가 연구시설-장비 관리가 허술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5일 03시 00분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현대 과학기술 발전은 가속기, 풍동, 연구용 원자로 등 대형 연구시설과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 등 첨단 연구 장비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 연구시설·장비들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호가한다.

2005∼2012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총 81조7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방 관련 R&D 투자액을 제외한 것으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적잖은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이 투자액 중 약 8%인 약 6조6000억 원은 연구시설·장비 구축에 투자된 것이다.

그러나 연구 시설·장비들의 운영 시스템 미비 및 장비 운영 인력 부족 등으로 효율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 말 조사한 장비전문인력 고용현황조사에 따르면 대학·출연·공공 연구기관들 중 장비 전문 인력을 고용한 곳은 절반 정도였으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장비도 상당수였다. 이와 같은 관리 부족으로 장비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취급 부주의로 장비의 수명이 단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연구 시설·장비의 구축 효율화 및 공동 활용 촉진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방안을 마련하여 불필요한 중복, 과잉 구축을 억제하고 잘 관리하여 공동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같은 재원을 가지고도 연구자들에게는 더 나은 과학기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미래창조과학부가 관계 부처와 함께 ‘연구 시설·장비’의 운영 관리 개선을 위해 전국 960여 곳에 산재되어 있는 5만7000여 점의 연구 장비를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는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현 장조사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 장비 관리 체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또 연구 장비 관리가 다소 미흡했던 기관들에 대해서는 잘못된 사례에 대한 지적이나 처벌 위주가 아닌 그동안의 연구 시설·장비 관리 부실에 대한 출구를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선도적·창조적 R&D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초로 이뤄지는 범부처 차원의 연구 시설·장비의 전수 현장 조사를 통해 과학기술계와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연구 시설과 장비가 무엇인지를 사전에 예측해 낼 수 있는 체계 구축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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