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김옥숙 씨의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가 13일 채동욱 검찰총장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의 동생(노재우)과 전 사돈(신명수)에게 맡겨진 차명재산을 환수해 남은 추징금(231억 원)을 완납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친인척에게 ‘검은돈’을 위탁했음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이니 한편으로는 용기가 가상해 보이기도 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법원에서 선고받은 추징금은 각각 2205억 원과 2628억 원.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533억 원(24%), 노 전 대통령은 2397억 원(91%)을 납부했다.

▷김 씨는 편지에서 “추징금 완납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의미를 넘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역사에 대한 빚을 청산하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나이(81세)와 병세(희귀 불치병인 소뇌위축증)를 감안하면 뒤늦게나마 부끄러움을 깨닫고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소송에서 져 어차피 돌려받을 수 없는 차명재산이니 차라리 국고 환수로 추징금 미납이라는 족쇄라도 풀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 추징금을 완납하려 한다는 말도 한다. 현행법상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가능성은 애매하다. 국립묘지법은 두 사람처럼 내란죄를 지은 사람은 안장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면·복권을 받은 경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사면·복권됐다. 결국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가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2011년 비슷한 처지의 안현태 전 대통령경호실장은 안장을 허용했다.

▷2011년 개정된 국가장(葬)법으로도 안장의 길은 열려 있다. 전직 대통령은 국가장 대상자가 될 수 있고, 국가장 대상자에겐 국립묘지법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부여한다. 다만 국무회의 심의에서 국가장 대상자로 결정하느냐가 관건.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다면 정상 참작이 될 수도 있다. 그나저나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의 편지는 언제쯤이나 받아볼 수 있으려나.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노태우#김옥숙#차명재산 환수#추징금 완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