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창중, 미국 가서 조사 받고 진실 밝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주미 한국대사관은 그제 미국 워싱턴경찰국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조속히 수사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견해를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에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를 귀국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윤 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미국 법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땅에 떨어진 나라 체면을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미국 교민 사회는 교포 여학생이 당한 성추행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재미동포 단체인 ‘미주 사람 사는 세상’은 성명을 내고 윤 씨를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폴 멧캐프 워싱턴경찰국 대변인은 어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창중 사건은 경범죄이지만 살인 강간과 같은 중범죄와 똑같은 중요성을 갖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한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윤 씨가 호텔 방에서 알몸인 상태로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쥔 것이 사실이라면 중범죄인 강간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현지 변호사들은 전한다. 법정 형량이 징역 1년 이상인 중범죄의 경우 미국의 요청에 따라 범인을 인도해야 한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조사 내용을 공개하고 미국 수사당국에도 알려 조사가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나라 망신을 시킨 윤 씨는 보호할 필요도 없고 보호해서도 안 된다.

윤 씨는 스스로 저지른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피해를 본 인턴 여성의 업무 미숙을 비난했고, 상관인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성추행이 일어난 페어팩스호텔에서 새벽에 술에 취한 자신을 목격했다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운운했다.

윤 씨는 미국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피해 여성에게 속죄하는 길이요, 자신을 발탁했던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도리일 것이다. 피해 여성과 가족에게도 백배사죄(百拜謝罪)해야 한다. 윤 씨가 잔꾀를 부리며 거짓말을 늘어놓을수록 국민의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윤창중#미국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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