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킹으로 노출된 ‘우리민족끼리’의 從北 명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對南)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빼낸 회원 9001명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이름과 e메일 계정,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등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누리꾼들이 이른바 ‘신상 털기’를 하면서 그들의 직업과 정치적 성향까지 인터넷 공간에 나돌고 있다. 일부 대학교수, 친북(親北) 성향의 정당원, 인터넷매체 기자, 대학생, 교사,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회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관계 당국은 이들이 어떤 경위로 친북 사이트 회원이 됐고 무슨 일을 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우리민족끼리’는 2003년부터 활동을 개시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김정은 체제를 찬양해온 선전 매체다. 정부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이 사이트의 유해성을 인정하고 국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일부 북한전문가 그룹 등이 우회 IP를 사용해 사이트에 접속해 왔다.

이 사이트에 단순 접속해 게시물을 읽는 정도는 위법이 아니지만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북한 주민과 채팅 또는 e메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정부가 정한 ‘북한 주민 접촉신고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호기심 차원에서 내용을 열람하려면 굳이 회원 가입을 안 해도 되는데도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회원이 된 이유가 궁금하다. 사이트 가입자들이 북한과 관련된 지령을 받는 창구로 활용했다면 간첩죄에 해당된다.

해커들은 북한의 김정은 집단에 대해 핵무기 위협을 멈추고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을 요구하는 한편, 김정은이 퇴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해킹은 작전명 ‘프리 코리아’란 이름으로 국내 해커들이 주도했다는 말도 있다. 북한의 해킹에 속절없이 당하던 판에 민간인들이 보복 차원에서 해킹을 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 사이트를 통해 우리 내부의 종북(從北) 세력을 내세워 남남갈등을 조장했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던 친북 사이트를 해킹한 것을 두고 불법 행위라고만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일부 신상이 파악된 사람들에 대해 ‘죄수 번호’ ‘간첩 번호’ 등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는 위험한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공안당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시비비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나니머스#해커#우리민족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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