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은배]풀HD 아몰레드의 색채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문은배 홍익대 산업대학원 교수
문은배 홍익대 산업대학원 교수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색채심리 전문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컬러하모니’라는 저서를 통해 “인간은 정보의 80%를 시각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은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사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때 색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인간은 망막에 위치한 추상체라는 기관을 통해 색을 인식한다. 추상체는 다시 장파장인 적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Long wavelength)과 중파장인 녹색에 반응하는 것(Middle wavelength), 단파장인 청색에 반응하는 것(Short wavelength) 등 3가지로 나뉘고 이들을 각각 L, M, S 추상체라 표현한다.

인간은 L, M, S 추상체를 통해 적색(R) 녹색(G) 청색(B) 등 빛의 3원색을 감지하여 모든 색을 느끼고 사물을 볼 수 있다. 색채과학은 R·G·B 3원색에 따라 반응하는 인간의 시각적 특성을 활용해 발전해 왔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하고자 하는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색채과학의 발전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TV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세상의 모든 색을 담아 낸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색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구현할 수 있는 색 영역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1950년대 흑백 TV 등장 이후 이른바 색채를 표현할 수 있는 컬러 TV의 등장까지는 20여 년이 걸렸다. 2000년대부터 액정표시장치(LCD)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색 재현력에 대한 연구개발이 본격화되었지만, 인간의 눈이 인지하는 색 영역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단계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지가 디스플레이의 수준을 결정한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원색까지의 단계를 세분하여 어두운 색과 밝은 색, 흐린 색과 선명한 색의 단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인공(人工)의 디스플레이가 지닌 숙명이다.

색채적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공개된 풀HD 슈퍼 아몰레드는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풀HD 슈퍼 아몰레드는 LCD보다 1.3배 이상 넓은 색 영역을 지닌다. 백라이트(Back Light)라는 간접 광원(光源)을 통해 빛을 내는 LCD와는 달리 발광소자가 직접 빛을 내는 아몰레드는 눈에 보이는 자연색과 가까운 색을 표현해 낸다.

LCD에 비해 30년 늦게 등장한 아몰레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TV 수준의 풀HD 해상도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441ppi(pixcel per inch·가로 세로 1인치 안의 화소 수를 나타내는 단위)의 해상도와 200만 대 1의 명암비를 구현한 풀HD 슈퍼 아몰레드 덕에 세간의 통념은 단숨에 깨졌다. 명암비는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색을 나열했을 때 그 사이에 몇 단계의 밝기가 존재하는지를 나타낸다. 명암비가 200만 대 1이라는 것은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200만 단계의 밝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LCD의 명암비는 1000 대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풀HD 슈퍼 아몰레드의 등장은 디스플레이업계뿐만 아니라 색채과학에서도 큰 획을 긋는 중요한 계기다. 그 이유는 바로 아몰레드가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 색 영역을 크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을 표현하기 위한 디스플레이 업계의 다양하고 새로운 노력을 기대해 본다.

문은배 홍익대 산업대학원 교수
#풀HD 아몰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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