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석우]북한인권활동가들의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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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21일(현지 시간)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결의안을 투표 없이 콘센서스로 채택하였다. 1990년대부터 시민운동을 벌여온 인권활동가들은 새벽에 이 소식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04년부터 임명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자원봉사자로서 모니터링 보고서를 써온 것이었다면, 이번에 임명될 조사위원 3명은 10명 이상의 전문가와 예산 지원을 받아 북한 인권침해의 범죄성을 조사하게 된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식량권, 강제수용소,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강제납치 등 인도에 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를 규명해 검찰 조서와 같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리비아, 수단,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조사위원회의 보고를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엔 안보리는 무아마르 카다피가 시위 군중을 살해한 데 대하여 리비아 정부가 주민들을 보호할 책임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그 책임을 대신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나토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정부군의 만행을 무력으로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수단이나 리비아의 선례가 북한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중국이 계속 북한 정권을 비호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엔의 인권보호 체제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도쿄 전범재판, 옛 유고 전범재판, 르완다 전범재판으로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도에 관한 범죄를 저지른 주모자들을 처벌해 왔다. 주권이론에 의해 국가원수를 어떤 경우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전통 국제법 원칙이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14일 동아일보는 재중 탈북자 31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고 크게 보도하였다. 바로 그날 오후 2시 당시 자유선진당 박선영 국회의원의 호소로 시민들의 항의집회가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작됐다. 이 집회는 100일 이상 계속됐고, 박 의원과 유명 인사들의 단식투쟁을 국내외 언론이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인권활동가들이 제네바 주재 외교관들에게 구걸하듯이 북한 인권침해에 대해 호소해 오던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됐다.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기정사실로 삼고,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대사관 앞 항의집회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국회의원들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8년이 지나도록 방치했다. 북한 정권의 식량권 침해 범죄는 외면하고, 한국사회가 대신해서 식량을 끊임없이 원조해 주어야 한다는 소위 민주투사들의 궤변에 농락당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UI)이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는 한국을 미국과 일본에 앞선 세계 20위의 완전 민주국가로 평가했다. 우리 시민사회의 민주적 역량이 국제사회에 증명된 것이다. 이제 시민운동은 북한 인권에 관하여 너무나 뒤떨어진 국내 사회, 특히 정치권의 인식을 어떻게 국제수준에 맞게 각성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시대적 주권이론으로 과거 나치 정권의 만행을 외면하듯 북한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자세를 고치려 한다. 그리고 탈북자나 북한 인권 문제를 백안시하던 기업인들의 기회주의적 자세도 정상화하려 한다. 그래서 북한 아동이 10cm의 저성장, 지능 저하, 유전자(DNA)의 파괴를 강요받는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을 타개할 것이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북한인권조사위원회#유엔 안전보장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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