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어제 귀국 기자회견에서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의 씨앗을 뿌리겠다”며 일주일 전 측근을 통해 밝힌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확인했다.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정해지면 그때 또 말씀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 자체는 사실 새롭지도 않고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작년 대선 과정에서 이미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4월 재·보선 출마는 당초 10월에 나올 것이라던 예상보다는 빠르다. 대선 때 매사 모호한 태도를 보여 국민의 눈총을 받았던 것을 의식해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분명하게 거취를 밝혀 정치인으로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인 부산이 아니라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노원병을 택한 것은 정치를 너무 쉽게 하려는 태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이번 귀국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충분히 주고 구체적으로 답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민주통합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지난 대선에서도 보았듯이 거품이 많다. 정당으로서 존재 의미를 찾자면 원내교섭단체(20석)를 확보해야 할 텐데 민주당이나 다른 당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의원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기성 정치권이 안 전 교수를 예상보다 빨리 다시 정치판으로 불러들이는 데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대선 때 앞다퉈 정치 쇄신과 개혁을 약속하고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기성 정치권은 그의 정치 재개에 왈가왈부할 자격조차 없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반짝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가 싶더니 내부 계파 갈등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의 대결로 국민에게 짜증을 주고 있다. 국민통합과 소통을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교수가 4년 반 뒤 다시 대권에 도전하려면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가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국회에서 단련을 통해 정치인으로 일어서는 데 성공한다면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은 선택지를 하나 더 갖게 될 것이다. 그는 이제 찬바람 부는 들판에 홀로 섰다.